‘나라가 버린 용사들’ 보도 후… 소송에 이긴 군의관 아빠 사연

2024.03.04 15:39:23 호수 1469호

세 번이나 연기된 군 순직 심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벌써 1년이 지났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군에서 사망한 군의관의 아빠인 이득희씨를 만나 군 의문사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 후 이씨는 2심 소송서 승소했지만, 순직 심사는 연기됐다. 아직도 아들 고 이용민 중위는 군 임시 봉안소에 안치돼있다.



2021년 5월20일에 시작된 소송의 2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소송은 이득희씨 아들 군의관 고 이용민 중위의 사망 원인이 당시 함께 숙소 생활을 했던 동료 군의관에게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시작했다. 이 소송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지난해 5월 <일요시사 창간특집 탐사기획> 1428호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②아빠의 멈춰버린 6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9497)’을 통해 밝혔듯이, 국방부 소속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 중위의 사망은 ‘순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무 관련성

국방부는 이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해 ▲술을 마시고 발생한 음주사고 ▲개인 친목 회식이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 없음 ▲사망 장소가 영외에 있던 군 관사라는 점을 지목했다. 또 동료 군의관의 ‘군의관’ 업무과실이 아닌 ‘의료인’으로서의 업무과실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2심)은 “피고 소속 군의관 A·B는 군 보건의료인으로서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진료가 필요한 망인에게 적절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군의관 A·B는 군보건의료법에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망인과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으며,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1항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군보건의료법서 군의관은 군 보건의료기관서 보건의료 행위를 하도록 허락받은 사람으로, 해당 업무는 군인 등의 건강관리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로, 군보건의료법에는 ‘국가는 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군 보건의료인은 군인에게 진료를 요청받거나 진료가 필요한 군인이 있는 경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요청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안 된다’고 돼있다.

국방부 판단과 다른 법원 선고
“적절한 조치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방 앞에서 쓰러진 이 중위와 함께 있었던 군의관은 “내가 군의관이니 알아서 하겠다”며 병원 이송 권유를 거부하고 119 소방관 출동을 취소했다.

군보건의료법 제5조제3항에는 ‘군 보건의료인은 정해진 일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군인이 찾아와서 직접 진료 요청을 받지 않거나, 군인 등이 군 보건의료인과 같은 부대의 소속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진료가 필요한 군인을 발견한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 중위 사망 당시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업주는 “군의관 A·B가 이 중위를 발견했을 당시 이 중위의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바닥에는 흘린 피가 손바닥 반 정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중위 사망 당시 함께 있던 군의관 A·B는 이 중위가 응급조치와 병원 후송의 필요 여부를 살펴봤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군의관 A씨는 형사사건 수사 과정 중 “내가 의사지만 제 전공 분야 외에는 잘 알 수 없다. 뇌출혈인데 코를 골면서 잘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중위가 낙상했는지 몰랐고, 왜 다쳤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일반외과 전문의라 뇌 부분인 신경외과 쪽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이 중위에게 뇌출혈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군의관 A·B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 의학적 판단을 하지 못하면서 출동한 소방공무원의 병원 이송 조치를 중단시켰고, 이 중위가 어떤 경위로 다치게 된 것인지 묻지 않았으며, 이 중위가 군 관사로 데려가 취침하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질의해도 답 없는 국방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즉, 군의관 A·B는 군보건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게다가 군이 이 중위의 순직을 기각했던 이유 중 하나인 ‘일과시간이 아닌 시간에 발생했다’는 점과 ‘군 관사가 영외에 있다’는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사건사고 당시 이 중위는 만 28세 2개월 남짓으로 2015년 3월24일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군의 장교로 복무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이 중위는 의사로서 만 70세가 되는 2058년까지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됐다.

이어 “이 중위 전역 예정일인 2019년 4월25일경까지는 군의장교로 종사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기초로, 그 이후부터 가동기간 종료일인 2058년까지는 의사로 근무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기초로 일실수입을 산정한다”며 “이 중위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는 않았으므로 일반의의 평균수입으로 계산하면 17억2600만원이 나온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6억5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심에 승소했지만 이씨는 기쁘지만은 않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 중위가 순직 판정을 받는 것이다. 통상 순직은 3형으로 자해 사망의 경우도 해당되며, 질병사, 사고사도 해당된다. 순직 3형은 사망 원인이 군복무 중이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차일피일

현재 군은 이 중위의 순직 심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 이씨는 “원래는 지난해 12월에 예정돼있었던 심사가 3월로 늦춰졌다. 최근에 다시 확인해 보니 또 5월에 할 것이라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유족이 이렇게까지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순직 심사가 늦어진 이유 ▲2심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일요시사> 질의에 “심사는 올해 전반기에 실시할 예정이고 재판과 관련된 별도의 입장은 없다. 심사 내용은 공정성을 위해 비공개”라면서도 “지난해 9월 해체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연락해 확인하라”는 이상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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