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극장 고재서 대표가 손가락을 들어 사진 한 장을 가리킨다. “저건 1967년일 거야. <학사 며느리> 포스터가 걸려 있잖아요. 그때 개봉한 영화니까.” 사진 속 동광극장 앞은 얼핏 봐도 1960~1970년대 번화가다. 극장 간판에 그림 포스터가 걸렸다. ‘미술부장’으로 불리던 간판화가가 그렸을 것이다. 배우들이 매니저 없이 활동하던 시절인데, 간판에 크게 나오기 위해 간판화가에게 밥이나 술을 사기도 했다.
동광극장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예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한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동광극장서 촬영했다. 성인이 된 정환(류준열)과 동룡(이동휘)이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장면이다.
2018년에는 그룹 god 리더 박준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상영한 영화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여서, 한동안 영화 속 에 등장한 지명인 와칸다왕국을 따 ‘와칸다 극장’으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극장으로는 유일하게 ‘경기도 대표 오래된 가게(경기 노포) 12선’에 들었다. 그럴만하다. 고 대표의 말을 빌리면 ‘전국서 유일한 단관 극장’이다. 한창때는 영사 기사, 간판 화가 등 직원이 10명이 넘었다.
전국 유일 단관 극장
상영작은 최신 개봉작이 주를 이룬다.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어 두 영화를 교차 상영하기도 한다. 건물로 들어서기 전, 상영 시간표 앞에 멈춘다. 손으로 쓴 영화 제목이 반갑다. 대한뉴스, 문화 영화 칸도 보인다. 드라마 세트장 같아 포토 존으로 인기다. 건물 2층의 간판 포스터는 이제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 걸린다. 그 위에는 <명량>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 작은 포스터가 한 줄로 늘어섰다. 모두 관객 1000만이 넘은 우리 영화다.
극장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1980~1990년대로 훌쩍 뛰어넘는다. 입구 옆에 매점이 있고 안쪽은 휴게실이다. 한쪽에 놓인 수족관도 예스럽다. 맞은편에 영사기가 눈길을 끈다. 20여년 동안 동광극장을 책임지다가 2009년 디지털 영화 <아바타>가 개봉하며 은퇴했다. 필름 상영 시대의 산증인이다.
다음은 상영관 내부. 283명을 수용하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갈색 가죽 의자가 반짝이고,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도 눈에 띈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를 따로 뒀다. 좌석 구성이 자유롭고 앞뒤 간격이 넉넉하다. 이 또한 동광극장이 주는 즐거움이다. 자유석이라 어느 자리든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다.
상영이 끝나면 휴게실에서 만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가 한 번 더 발길을 붙잡는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007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동광극장서 보는 007 시리즈 포스터는 감회가 남다르다. 숀 코너리가 주연한 <007 살인번호>(1962년)부터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까지 시리즈 25편을 모두 상영했을지 모른다.
그 사실만으로 살아 있는 극장 박물관이고, 서로 다른 세대의 추억이 숨 쉬는 현재 진행형 레트로 극장이다. 입구로 다시 나올 때는 영화 <시네마 천국>서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고향을 떠나는 살바토레(토토)에게 한 말이 메아리치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는 동광극장과 더불어 동두천의 역사를 증언한다. 동두천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 2사단 캠프 케이시가 주둔해 다문화가 공존한다. 보산동 지명도 미군 부대 자리에 있던 보안리와 축산 부락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외국인 전용 클럽과 빅 사이즈 의류 매장 사이로 작은 공방이 옹기종기해 ‘작은 이태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 캠프(Camp)는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Culture&Art Market Place’의 약자다.
근대화를 느낄 수 있는 동광극장
그라피티·테마파크 등 다수 볼거리
특히 그라피티가 볼거리다. 경기문화재단서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진행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덴마크 등 다양한 나라 작가들이 수도권 전철 1호선 보산역 지하철 교각과 거리에 그라피티를 선보였다.
프랑스 작가 호파레의 ‘Hopare’, 심찬양 작가의 ‘royal dog’ 등은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호파레의 작품은 육대주 사람을 그려 보산동 색깔과 잘 어울린다.
레트로 음악 공간도 빼놓기 아쉽다. 보산동은 미국 음악을 접할 수 있어 뮤지션의 주 활동 무대가 되곤 했다. 우리나라 록의 대부 신중현이 이끈 밴드 애드훠(ADD4)가 대표적이다. 두드림뮤직센터는 1층 공연장, 2층 전시관 등으로 구성해 그 시절 음악의 자취를 살펴보고 LP 음악을 들으며 쉬기에 알맞다.
그라피티 ‘Hopare’가 있는 교각 옆으로 9개국 음식 문화를 접하는 월드푸드스트리트가 자리한다. 2월까지 휴식기를 갖고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보산동관광특구를 돌아보기 전에 보산역 1번 출구 앞 동두천 커뮤니티센터에 들러 관광 안내 지도나 그라피티 지도 등을 받으면 편리하다.
동두천 놀자숲은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춘 숲 테마파크다. 겨울에는 주로 실내 놀이시설과 스노타운눈썰매장을 이용한다. 실내 체험시설은 펀클라임, 에어리얼로프 등 어드벤처시설이 주를 이룬다. 14가지 등반 코스로 구성한 펀클라임이 아이들의 모험심을 기르기에 좋아 인기다.
동두천 놀자숲은 무엇보다 동두천 자연휴양림이 이웃한 게 장점이다. 휴양림은 지난 2020년 개장해 시설이 깨끗하고 산뜻하다.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이다. 일본의 옛 마을을 정교하게 재현해 이국적인 레트로 풍경이 특징이다.
사진 맛집
다도실, 책방, 음악 감상실 등 국내서 일본 여행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기본 코스는 연못을 가운데 두고 계단에 올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세트장 전체가 ‘사진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색 조명이 불을 밝히는 밤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눈 내리는 날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한 장면 같다. 연인들에게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동두천 자연휴양림
-둘째 날 동두천 놀자숲→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두천시 문화관광 www.ddc.go.kr/tour
-동광극장 https://dong kwang.petitecine.com
-두드림뮤직센터 https://blog.naver.com/ddcmusic21
-동두천 놀자숲 https://noljasoop.modoo.at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https://nijimori.modoo.at
문의 전화
-동두천시청 관광휴양과 031)860-2275
-동광극장 031)867-3030
-동두천 커뮤니티 센터 031)860-2727
-두드림뮤직센터 031)860-2726
-동두천 놀자숲 031)866-5560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0507-1383-5557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1호선 보산역 1번 출구서 동두천 커뮤니티 센터까지 약 5m. 동두천 커뮤니티센터서 동광극장까지 도보 12~1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 metro.co .kr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 민락 IC→민락지하차도→민락교차로 동두천 방면→신평화로→평화로→강변로→동광극장→동광로→중앙로→중앙로361번길→동두천 커뮤니티센터
숙박 정보
-저스트슬립호텔 지행역점: 동두천시 중앙로, 031)859-8806, htt ps://justsleep.modoo.at
-호텔더그레이 동두천: 동두천시 중앙로246번길, 031)863-8087
-동두천 자연휴양림: 동두천시 탑동가산로, 031)860-3257,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호수식당 본점(부대볶음): 동두천시 중앙로, 031)865-3324
-오륙하우스(돈가스): 동두천시 상패로, 031)865-3556
-송월관(떡갈비): 동두천시 큰시장로, 031)865-2428
주변 볼거리
소요산, 자유수호평화박물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소요별앤숲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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