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다자구도 ‘전주을’

2024.01.30 15:04:51 호수 1464호

국힘도 민주당도 싫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전라북도 전주시을의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싫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다자구도가 펼쳐질 전주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돼 왔던 지역이다. 지금까지 펼쳐진 총선서 민주당 후보가 다른 정당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득표를 받아온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들이 나오면 대부분 당선됐다. 그러나 상황은 이내 뒤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의원직을 상실하자, 지역민심이 들끓었다. 민주당도 지난해 열린 재보궐선거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무주공산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렀지만,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선 이른바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여럿 출마했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은 이들을 외면했고 결국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광주와 함께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호남지역 중 한 곳이지만, 득표율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최근 강 의원은 이름값을 높였다.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강제 퇴장 사건 덕분이다. 당시 강 의원은 전북 전주시 한국의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 과정서 대통령실경호처 직원들은 강 의원의 몸을 번쩍 들고, 입을 틀어 막은 상태로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정치권 일각에선 진보당이 해당 이슈로 원내 진출을 꾀하려 했던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전주을 지역은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공천장을 받게 될 경우 현역 의원 3명이 맞붙는 혈전이 예정돼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지난해 재보선 당시 6명의 후보 중 득표율 5위를 기록한 점이 뼈아프다.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후보였던 최형재 전 후보(현재 민주당)는 득표율 20%대의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등 다수의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힘은 안 그래도 낮은 지지율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작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주장이었다. 게다가 전북 잼버리 논란이 기름을 부으면서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은 식다 못해 싸늘해졌다.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SOC) 예산 삭감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 

최소 현역 3인 맞붙을 수도
국민의힘 민심 회복 가능?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하듯 현재 호남지역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정운천 의원과 최용운 전 교사(정읍·고창) 단 2명 뿐이다. 3선 중진에 도전하는 정 의원은 전북 태생으로 전북도지사 선거에도 도전했다. 낙선했지만, 18% 특표율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 20대 총선서 37%를 득표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3일, 4·5 재보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북도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놨던 정 의원은 지난 22일, 전주을 출마를 선언했다. 22대 국회서 풀어야 할 전북 현안으로 전주가 중심이 되는 광역교통망 구축, 새만금 예산 조기 집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내 경쟁자가 딱히 없는 만큼 정 의원은 무난하게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원 외에 호남지역에선 최 전 교사가 유일하게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후보가 집중된 민주당에선 여러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출마가 예상되거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만 8명에 달한다. 지난 10일, 현역인 양경숙 의원은 “소멸해가는 전북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선거”라며 공식 출마의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분열 막아야 승리
제3지대 참전 최대 변수

문제는 당내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귀책 사유(이상직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발생으로 민주당은 전주을을 전략·단수 공천 지역으로 지정해버렸다. 해당 지역서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인물은 문재인정부 당시 서울고검 검사장을 지냈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여운태 전 육군 참모차장이다. 


‘윤석열 사단 청산’을 출마 명분이라고 밝힌 이 위원은 앞서 지난 9일, 전주서 북콘서트를 가졌다. 여 전 참모차장도 민주당 검증위를 통과하면서 경선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고종윤·성치두·이덕춘·박진만·최형재 등 5명의 인사들도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주을은 전북 10개 선거구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과거 전략공천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대 총선 당시에도 민주당은 전북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분류해 후보를 냈는데, 다수의 후보들이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전략공천을 고심하면서도, 분열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던 지지층이 다른 후보를 택했던 탓이다.

제3지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공천받지 못한 후보들의 무더기 탈당까지 예상돼 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출마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복잡한 선거구도 속에서 제3지대 후보들까지 참전하게 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 많이 하락한 가운데, 자칫 분열 시 제3지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이낙연 전 총리도 민주당 탈당 후 개혁미래당(가칭)을 창당했다. 이 전 총리를 따라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등 다수 인사들도 민주당을 탈당했다.

가늠자

계속되는 자원 이탈로 민주당 표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현역 의원들 틈바구니 속에서 제3지대가 힘을 받는다면, 다른 지역의 선거 지형 역시 균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장선상서 전주을은 이번 22대 총선서 전국 민심의 지표를 가늠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국민의힘, 진보당, 제3지대 중 어느 한 곳도 결코 우세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앞으로 분산된 세력을 조금이라도 더 결집시키는 쪽이 유리해진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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