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근 검찰의 사형 구형이 늘었다. 하지만 법원서 사형을 선고하지 않으면서 다시 사형제 존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형제의 위헌 여부도 올해 상반기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신림동 너클 성폭행 사건의 최윤종에 대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유족들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지난 2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뜨거운 감자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을 감은 상태로 강하게 압박하는 등 살해의 고의 등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생명을 빼앗겨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고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며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가족관계 등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석방으로 최윤종이 풀려나는 것을 고려해 30년간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저거를 죽여야지”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판 과정서 최윤종은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적이 없고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그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앞서 또래 살인 정유정, 신림동 흉기난동 조선, 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 인천 스토킹 살해범, 아동학대 살인 계모 등에 대해서도 사형이 구형됐다.
검찰의 사형 구형은 지난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사형집행 의지를 보이며 사형 집행시설을 점검한 이후 점차 증가했다. 특히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검찰의 사형 구형이 늘어난 것은 사형의 실질적 집행 여부와 무관하게 잠재적 피해자인 국민 전체의 인권보호를 강력히 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늘어난 사형 구형을 두고 낮은 형벌에 따른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한다.
8년 째 사형 확정 선고 없어
계속 구형만…재개 여론 70%↑
한 서초동 변호사는 “지난해 묻지마 범죄가 성행하면서 흉악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 국민 여론이 모였다”며 “하지만 재판서의 구형이나 선고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검찰과 법원에 대한 비판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최근 흉악범들에게 잦은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강력범들에 대한 단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국민의 법 감정과 동일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강력범들에 대한 검찰의 사형 구형 이후 감형된 선고가 나오면 비판은 법원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70%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도 존치를 바라고 있으며 사형 집행 재개 역시 7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작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1997년 12월30일에 23명의 사형을 집행하고 난 이후 26년 동안 집행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을 내릴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사형 집행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형제 존치 여부에 대한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사형 집행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사형 미집행 기간이 늘면서 1심서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대법원서 사형이 확정되는 사례도 드물어졌다. 대법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파기환송되면 원심 재판부는 무기징역형 이하의 형량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2014년 22보병사단 총기 난사 사건 피의자인 임도빈에 대해 지난 2016년, 마지막으로 사형이 확정돼 미집행은 26년, 확정선고는 8년이 지난 셈이다.
있으나 마나 ‘실질적 폐지국’
곧 위헌 여부 결정…존폐 기로
사형제 재개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올해 상반기에 결정될 사형제 위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형제도 찬성론과 사형제도 폐지론의 문제가 형사사법정책의 문제라면, 사형제도가 위헌인가 합헌인가의 문제는 헌법적 쟁점에 속한다.
앞서 사형제도는 그간 두 번의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았고 모두 합헌으로 결론 났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11월28일 형법 제250조 등 위헌소원 사건서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않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불법적 효과로서 지극히 한정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의 측면서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사형은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우리의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
당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2010년 두 번째 위헌제청사건에서는 “사형은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갖고 있고,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책임추궁이 미흡하고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 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형제도에 의해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해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해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당시에는 5대4의 의견으로 팽팽하게 다뤄졌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에 대한 헌재의 심리가 올해 초쯤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석 헌재 소장의 임기가 올해 10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헌재 결정은 올해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가 3번째 합헌 의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새로이 임명된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사형제 폐지가 마땅하지만 중범죄가 횡행하므로(사형제 폐지)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팽팽한 의견
일각에서는 사형제가 이번에는 위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가 사형제 폐지를 결정할 경우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사형제 존폐와 상관없이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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