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6)강대국에 아부하는 지옥도

  • 김영권 작가
2024.01.22 08:00:00 호수 1462호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실 그닥 큰 관심이 없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반복되는 짓거리에 신물이 났던 것이다. 오히려 금수강산이 망가지고 오염되는 게 새삼 안타까울 뿐이었다.

양변의 약산 진달래는 소월의 시로 유명하지만, 원래부터 그 꽃빛이 유난히 선명하고 생생해 보는 사람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 아름다움을 한번 구경해 보기도 전에 핵물질에 오염돼 버린다면 평생 마음속의 한이 될 듯싶었다. 그리고 동해가 아무리 넓고 깊다지만 자꾸 악성 쇳덩이를 쏴질러 넣는다면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걱정스러웠다.

오염된 마음 

어찌 됐든 무지몽매한 짓이 아니겠는가. 나의 분노는 자칭 엘리트입네 하는 북쪽의 멍청이들뿐만 아니라 남쪽의 헛똑똑이들을 넘어 저 멀리 미국의 독수리 패거리들에게까지 뻗쳤다. 


실상 북조선이 인민들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핵무기에 집착하는 건 그네들이 미쳐서라기보다 자기 보호를 위해서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스컹크의 독가스나 벌의 침과 같은 것.

자기 목숨을 노리는 적을 물리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스컹크는 혐오 물질을 계속 생산해야 하며, 자기네 집을 침탈하려는 강적에게 벌은 침을 한번 쏘곤 죽어 버린다. 어찌 보면 불쌍한 존재들이다.

그 누가 자기 몸속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고 싶지 않겠으며, 몸속의 꿀을 나눠 주고 싶지 않으랴. 그런데 왜 미친 자폭과 비슷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  

앞에서도 누누이 말했지만 여기서 북조선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공정한 관점으로 사실을 바르게 살펴보고, 가능하면 자멸보다 우리 모두의 상생을 바랄 뿐이다.(여기엔 미국인의 행복 또한 당연히 포함된다.) 

6·25 전쟁으로 인해 쌍방 간에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기에 북조선과 미국 사이엔 아직까지도 적대심과 불신감이 앙금처럼 남아 있으리라. 남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북조선의 경우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입은 상처가 지금은 많이 아물었겠지만 기억 속엔 휴화산의 마그마처럼 잠재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마 개인적으로는 미국을 좋아하는 북한인도 있고 북한을 좋아하는 미국인도 있으련만, 만일 군중으로 변해 어떤 괴수의 암시를 받는다면 증오의 마그마를 부글부글 끓여 올리는 것이다. 

여기서 괴수는 꼭 북한의 수령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미국의 대통령 체제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특히 정신 똑바로 차려 암시나 세뇌에 걸리지 않아야만 하는 셈이다.

이젠 아름다운 나라 미국[美國]의 환상에서 깨어날 때도 되었다. 나는 여기서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 방성대곡’ 같은 명문을 일필휘지하고 싶으되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므로 그저 홀로 독백이나마 중얼거려 보련다. 


‘위대한 팍스 아메리카를 이룩한 미국인들이여!’ 나는 당신들을 존경하기보다는 존중한다.

온갖 민족들이 섞여 살면서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당파니 당리당략이니 진보니 보수니 인종이니 뭐니 하는 것을 벗어나 한 목소리로 뭉치는데 어찌 위대한 강대국이 되지 않을 수 있으랴.

자유 속의 협동이 이루어낸 놀라운 미라클 아니겠는가!

반면 우리 한국인은 한 민족이니 한 핏줄이 고결하니 뭐니 입으로만 허장성세 떠들어대면서 실제로는 정글 속 하이에나보다 저열하게 동족을 물어뜯는 사이비 인생을 부끄러운 줄 모른 채 막무가내로 살고 있다.

미국에 빌붙은 남북 헛똑똑이 엘리트들 
꺼지지 않은 6·25 전쟁 적개심 불신감

 해방 후 대한민국을 세우고 나서 한국인들은 미국을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나라라고 칭송하며 열심히 모방해 왔지만, 당신네의 좋은 점은 어설피 배운 반면 나쁜 점만 골라 죽자사자 추종하는 모양새다.

우리도 나름 좋은 점이 있건만 그건 헌신짝 취급해 내던져 버리고, 기껏 당신들이 침뱉아 버린 추악한 것만 골라 마치 제사상 위의 음식 마냥 신성시하는 꼴이라 할까. 

그러니 당신들이 우리를 적당히 이용해 먹으면서 곧잘 무시하는 것도 실상 막 욕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참으로 가소로운 노릇, 아마 당신들이 보기엔 더 우스꽝스러울 테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다민족 사회의 필연성을 무시한 채 경제적 약소국의 이민자들을 깔보고 강대국에겐 아부하며 늘상 동족끼리 싸우는 이 나라는 일종의 지옥도와 같다.


도대체 한 핏줄이란 게 무엇이란 말인가? 우물 안 개구리들이나 개골개골 뇌까리는 공허한 소리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는 개방적인 당신들의 사고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장담한다.

민족이니 한 핏줄이니 하는 말은 특정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인 혹은 온 지구인 또는 인류를 대상으로 할 때 진실하고 빛나는 언어가 될 것이다.

아니, 온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한 혈맥으로 통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욱 이치에 맞으리라.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민족이다. 우리에게도 당신네들의 건국 이념에 못잖은 홍익인간이란 건국 정신이 있건만 - 여기서 얘기하는 인간이 모든 존재를 뜻한다는 사실을 잘 알련만 - 이상스럽게도 한국인은 벌레보다 유치하게 까막눈 흉내를 내면서 사리사욕만 챙기려다가 도리어 소탐대실의 어리석은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역시…. 미래엔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다. 미국인이여, 내 생각이지만, 독립심과 자주성이 강한 당신네들에 비해 우리 한국인들은 의타심이 의외로 강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침탈당하고 굴종한 유전자 때문인지, 혹은 어릴 때부터 받은 의존적인 교육 탓인지 궁금하다.

당신네의 좋은 점을 배워 자주 독립 정신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강대국들에겐 굽실대며 허덕거린다. 그 반작용 때문인지 우리보다 약소국에 대해서는 잔인스러울 정도로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오, 위대한 미국인이여! 이제 그만 우리 민족을 좀 놔줄 수 없겠는가? 한동안 당신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로되 그 때문에 우리는 의존심을 넘어 미국의 영원한 학생이자 똘마니가 되고 말았다.

이제사 말이지만 요즘 당신네들은 예전처럼 이성적이지 못하고 삿된 감정과 사리사욕의 지배를 많이 받는 듯싶다. 한국의 골수 친미파들 외엔 이미 전세계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아직 좋은 감정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 때 제정신 차려 진실 위에 서는게 유리하리라. 우리 민족이 정녕 각성하며 당신네의 실체를 바로 보게 될 땐 이미 너무 늦다.

그땐 아마 그 누구보다도 ‘미국’이 ‘추한 나라’임을 우리의 맨살로 증언하게 될 테다.

이런 말까지 꺼내긴 뭣하다만, 사실 그동안 이 작은 나라에서 이자를 투자 원금보다 더 많이 빼먹고, 또한 여러 가지로 많이 이용해 먹지 않았는가?

공허한 핏줄

아마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부정하진 못하리라. 

그리고 당신네의 국교인 기독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도움을 줄 땐 대가를 바라지 말고 나아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지 않았던가.

당신네 미국은 약소국을 도울 때 늘 천사인 양 미소 짓지만 결국엔 악귀보다 지독스런 고리대금업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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