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내 저축은행업계가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적 내리막은 물론이고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 목격된 상태. 특히 페퍼저축은행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수년간 이어진 가파른 성장세와 업계 ‘빅5’라는 위용이 무색할 정도의 부진이다.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심각한 실적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산 상위 8개 저축은행(▲SBI ▲OK ▲한국투자 ▲웰컴 ▲페퍼 ▲애큐온 ▲다올 ▲상상인)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총 156억원으로, 전년 동기(7147억원) 대비 97.8% 급감한 상태다.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던 건 ▲페퍼 ▲애큐온 ▲다올 ▲상상인 등 업계 5~8위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 2047억원을 기록했던 이들은 올해 들어 일제히 적자로 전환했는데, 특히 페퍼저축은행의 뒷걸음질이 극명했다.
잘 나갔지만
2013년 호주 소재 페퍼그룹이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페퍼저축은행은 그간 거침없는 성공신화를 써내려왔다. 국내시장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총자산을 7배가량 키운 것에서 그치지 않고, 총자산 기준 업계 ‘빅5’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는 페퍼저축은행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당시 초저금리 상황에서 코로나를 틈타 대출수요가 급증하자, 개인 대출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이 무렵 은행권 대출 규제 풍선 효과 등으로 대다수 경쟁사가 실적 상승을 경험했지만, 순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곳은 페퍼저축은행이 유일했다.
다만 거침없을 듯 보였던 페퍼저축은행의 상승세는 최근 들어 완전히 꺾인 모양새다.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 253억원 ▲2분기 176억원 ▲3분기 248억원 등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순손실은 677억원에 달한다.
본전 뽑기 어려운 현실
도사리는 잠재적 위협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면서, 재무 여력은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조3861억으로, 전년 동기(6조4749억원) 대비 1.37% 줄어든 상황이다.
게다가 페퍼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은 8.16%로 지난해 3분기 말(2.81%)에 비해 5.35%p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13%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3.3%) 대비 6.83%p 상승한 수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잠재적인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저축은행 5개사의 올해 3분기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평균 6.92%로 집계됐다.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0%에서 4.93%로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나이스신용평가는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로 ▲조달 및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 저하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위험 ▲자본적정성 지표 열위 등을 들었다.
겹겹이 악재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 경기 변화에 따른 부실 위험의 현실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저하 추세가 향후에도 높은 조달비용과 대손적립 부담을 지속 줄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도 당분간 저하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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