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서비스 기준

2023.12.18 13:23:44 호수 1458호

필자는 고향이 전라도여서 전라도 한정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고향 친구들의 모임은 주로 한식당서 갖고, 지방 출장을 가도 그 지역서 소문난 한식당을 찾곤 한다.



최근 필자가 자주 찾는 한식당은 서울 서초동 교대역 입구의 A 전주한정식과 수원 이목동의 B 한식당, 그리고 연천 왕징면에 있는 C 식당 3곳이다. 모두 음식 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사장이 종업원과 함께 직접 서빙하는 식당으로 소문 나 코로나 때도 항상 손님이 북적댔던 곳이다.

서울 서초동 A 전주한정식은 고급식당으로 변호사, 정치인, 대기업 임원 등 주로 상류층이 찾는 곳이며, 수원 이목동 B 한식당은 주변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많이 찾는 곳이고, 연천 왕징면 C 식당은 공사 현장서 일하는 노무자 등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필자는 우리 주변에 전라도 한식당이 많지만, 유독 위 3곳이 잘 되는 이유를 관찰해봤다.

서울 서초동의 상류층 손님은 직접 서빙하는 사장의 수준이 자신보다 높아야 제대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수원 이목동의 중산층 손님은 종업원과 함께 서빙하는 사장이 자신보다 낮은 수준여야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고, 연천 왕징면의 서민층 손님은 사장이 자신과 같은 수준이어야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손님이 선호하는 서비스 기준에 맞게, 서울 서초동 A 전주한정식 사장은 말솜씨나 재치로 봐서 손님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였고, 수원 이목동 B 한식당 사장은 손님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였고, 연천 왕징면 C 식당 사장은 손님과 같은 수준으로 보였다.


그래서 필자는 위 3곳의 한식당들이 손님이 선호하는 서비스에 맞게 서빙하는 사장 덕에 장사가 잘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중산층이 많이 사는 전주서 정육점을 하는 친구가 ‘최상의 서비스는 항상 손님보다 낮은 자세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주로 서민층이 사는 시골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선배가 ’장사 잘 하려면 손님과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서비스 기준이 장사의 성패를 가르는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인관계도 하나의 서비스 개념으로 볼 때, 대인관계서 성공하려면 많이 배우고 돈 많고 똑똑한 사람에게는 잘난 모습으로 접근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평범한 보통 사람의 경우 낮은 자세로 대해야 상대가 편하게 생각하며 좋아하게 되고, 인생서 실패하거나 낙심한 사람을 대할 때는 높은 자세나 낮은 자세가 아닌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만나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상류층은 자신보다 윗사람을 좋아하고, 중산층은 자신을 부러워하는 아랫사람을 좋아하고, 서민층은 같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고, 그리고 잘난 사람은 더 잘난 사람이 필요하고, 보통 사람은 자신보다 못난 사람이 편하고, 못난 사람은 같은 수준의 친구가 편하다는 의미다.

며칠 전 소도시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부자 친구와 함께 연천 왕징면 C 식당에 갔다. 필자는 종업원과 함께 열심히 서빙하고 있는 사장이 친구 같았고, 성격도 좋게 보여 편한 마음으로 식사했다. 그런데 친구는 한식당 사장이 촌티난다며 음식 맛도 별로다고 했다.

필자는 서민층이 확실하고 친구는 부자가 확실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면 상류층이고,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면 중산층이고, 그리고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면 서민층이라는 원리가 심리학자들의 연구과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친구에게 서민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출마해 당선되려면 왕징면 C 식당 사장처럼 유권자와 친구가 돼야 한다며, 유권자보다 잘나게 보여서도 안 되며 유권자보다 못나게 보여서도 안 되고 그냥 친구 같은 모습으로 보여야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친구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 역시 유권자의 성향을 잘 파악해 유권자를 만날 때마다 성향에 따라 다르게 대해야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 데나 가서 자신의 성향만을 드러내는 전략은 삼가야 한다.

유권자의 수준에 따라 높은 자세도, 낮은 자세도, 그리고 친구 같은 자세도 갖는 게 필요하다. 


특히 강남 서초구에 출마하는 후보는 유권자보다 똑똑하고 부자라는 이미지를, 중소도시에 출마하는 후보는 유권자보다 부족하고 못난 이미지를, 시골에 출마하는 후보는 유권자와 동등한 친구 같은 이미지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

정당도 지역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선거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중도층을 중산층으로 착각하고 중도층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잘 섬기겠다며 낮은 자세의 ‘겸손 코스프레’ 전략만 남발하는 건 삼가야 한다.

중도층 표를 얻으려다 상류층이나 서민층 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강한 메시지도, 겸손한 메시지도, 편안한 메시지도 낼 줄 알아야 한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아직도 겸손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때 우리 국민은 똑똑한 지도자를 선호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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