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허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시스템이 아닌 검증자들의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객관적 정보를 대통령실에 넘기는 업무가 끝이라는 건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인사정보관리단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저희가 하는 인사 검증은 객관적인 자료수집에 불과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 부실 검증이라는 비판에 관해 밝힌 입장이다. 한 장관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정보관리단(이하 인사단)은 한 장관이 법무부를 떠나면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있으나 마나
한 장관은 법무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사단을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없앤 것의 보완책이었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인사단은 부실 검증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이 과거 음주 운전과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이 경찰청서 받은 범죄경력 조회 결과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2004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으로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150만원 처분을 받았고, 1999년에는 폭령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3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인사단은 후보자로부터 검증 동의서를 받아 국세청과 금감원·경찰·검찰·병무청 등 각 기관의 전산망을 통해 확인하고, 법원 판결문까지 조회한다. 이 과정서 후보자들은 추가 소명과 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이때 공직 예비후보자 자기 검증 질문지에는 형사처벌 전력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자료 수집 및 평판 조회 등 추가 정보 수집이 완료되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를 넘겨받아 종합 보고서를 쓴다.
이 같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인사단의 부실 검증은 한두번이 아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인사단은 김명수 합참의장의 근무 중 주식거래, 자녀 학교폭력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주식 파킹 의혹도 파악하지 못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장은 자녀가 집단 폭력을 행사해 학폭위가 열리고 징계까지 받았으며 당시 규정상 징계 내용은 학부모와 당사자에게 통보하게 돼있었지만 김 의장뿐만 아니라 가족, 심지어 가해자인 자녀까지도 학폭위가 열리고 징계받은 사실을 ‘모른다’고 답변한 내용은 법무부에 그대로 전달됐다.
시스템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잇단 부실 검증 “빨리 바꿔야”
대통령실은 학폭에 대한 검증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말뿐이었다. 인사단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 후보자의 진술만 믿고 학폭 문제를 건너뛴 셈이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상황서 이뤄진 골프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 의장은 “골프에 대한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인사단은 국회에 업무현황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국회에 총 5건의 업무보고서를 제출했다. 인사단에 관한 내용은 지난해 7월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1쪽 분량의 업무보고 1건이 전부다.
이 보고서도 인사단 신설 및 운영 방침에 관련된 종이 1장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인사단에 대한 구체적인 인력운영 현황이나 수·발신 문서 목록, 검증 대상자 명단, 매뉴얼 등 인사 검증의 절차·과정·방식·결과 등에 관한 사항은 공개되면 민감한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정부의 인사 관련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낙마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서도 ‘인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법무부는 관계자는 “대통령실서 의뢰하는 공직 후보자에 대해 객관적·기계적으로 1차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는 통상업무로서 별도로 새로이 보고할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국회서 자료 요청 일반 운영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무부가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단 설치에 따른 기대효과를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법무부는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가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 하에 두는 것”이라고 했다.
공직 후보자 거짓말하면 확인 못 해
“객관적 정보 전달만? 사실상 우체국”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사단 폐지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 “법무부 인사단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인사 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외관을 만들 우려가 있다”며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법원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으로 법무부에 의한 인사 검증이 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인사단이 객관적 자료 수집만을 업무로 정해뒀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단을 대통령실이 하기 전 인사단이 지적하지 못하는 건 사실상 ‘용산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한 관계자는 “지금의 인사단은 있으나 마나 한 조직이다. 문제점을 알고서도 용산에 보고하는 과정서 평가하지 않는다면 우체국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민정수석실 출신 행정관도 “인사청문회서 문제점이 드러나도 임명을 강행하는데 인사단보다는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민정실의 문제도 있지만 인사단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한 장관 외에도 총선 출마를 목표로 한 인물은 많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추경호 기획재정부이 대표적이다. 자리가 비는 만큼 윤 대통령은 새로운 사람을 지명해 또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문턱을 넘을 때마다 그동안 지속됐던 인사단의 부실 검증 논란은 재연될 전망이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단 폐지 얘기는 내부서도 언급된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책임져야 하는 수장이 사라지면 망가진 조직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오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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