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 난 ‘전교 1등 중간고사 0점 사건’, 무슨 일?

2023.11.02 13:25:32 호수 0호

“코일을 촘촘하게 감는다” 오답 처리 논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Q: 흐르는 전류의 세기를 크게 하는 방법을 한 가지만 서술하시오.



A: 코일을 촘촘하게 감는다.(더?)

전교 1등을 해오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시험서 0점 처리가 됐다며 억울하다는 사연이 화제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지금 난리 난 전교 1등 0점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20점짜리 서술형 문제서 0점 처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솔레노이드서 도선을 어떻게 감아야 하느냐는 문제였는데 답은 ‘많이 감는다’고 아이는 ‘촘촘하게 감는다’고 썼다”며 “지구과학 전공한 과학쌤이 0점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대 나온 친구 교수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촘촘하게 감는다는 게 더 정답에 가깝다고 했고 이의 제기하자 과학쌤들이 모여서 회의한다고 한다”며 “채점한 선생님은 촘촘하게 감아도 부분적으로만 촘촘할 수 있으니 안 된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솔레노이드 자체를 설명할 촘촘하게라는 표현이 나온다. 또 다른 학교서 ‘촘촘히 감는다’가 정답인 경우도 있었고 ‘촘촘히’가 ‘많이’와 함께 쓰이거나 거의 같은 뜻으로 설명된 경우가 많았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A씨는 과학 담당 부장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하지만, 부장 교사는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쓴 것만 정답’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정답은 안 되고 부분 점수는 줄 수도 있다는데 문제는 과학이 중간고사 만점자가 너무 많아 이대로라면 2등급도 어렵고 3등급이나 4등급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성적 이의신청 결과도 뻔하고 재신청해도 결국 그분들이 정하니 의미가 없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주변서 소송하는 게 좋다고 해서 서울법대 출신인 친구 검사에게 물어보니 100% 승소할 거라고 한다. 소송비는 대략 400~700만원 사이 들 것이며, 학교 측도 변호사 써야 할 것이고 기간은 6개월 안에 1심 결과가 나올 텐데 패소 측이 1/3 정도 비용을 승소 측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가서 교장, 교감, 담임, 과학 교사들을 함께 만나 위에 올린 자료들 보여주고 설명할 예정인데, 처음엔 한 교사의 판단이었고 두 번째는 동일한 과학 담당 부장의 판단이고, 세 번째는 교장/교감에게 호소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판사에게 호소하는 게 순리라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해당 글에는 “촘촘히 감으면 많이 감는 거지. 선생들 말장난 지리네” “저렇게 따지면 ‘많이 감는다’도 상대적인 거라 많이도 정답이 되지 않는다. 내가 봤을 땐 1등급 많아지니까 억지로 저러는 것” “채점한 교사 말대로라면 부분적으로만 많이 감을 수도 있으니 많이도 오답 아니냐?”는 댓글이 베플에 올랐다.

자신을 ‘한양대 공대 졸업생이자 전자 대기업 10년 차 과장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전류의 세기를 크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그렇다면 정답은 기존의 코일보다 더 많은 양의 코일을 감는 게 정답”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밀도가 아닌 양이 늘어나야 하는 것인데 그림으로도 이미 코일이 촘촘하게 빈 공간 없이 감겨져 있는 게 보인다”며 “근데 양을 늘려서 더 촘촘하게라는 표현도 아니고 촘촘하게 감는다고 해서 틀린 것이다. 저기서 같은 양의 코일로 더 촘촘하게 감는다고 해서 전류의 세기를 크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댓글에는 31개의 대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누리꾼은 “전류의 세기를 강하게 하는 방법을 묻는 문제인데 코일을 감는 방법이 아니라 양이 늘어나야 하는 문제”라며 “촘촘하게는 간격의 표현이고 많이는 일정한 기준을 넘는 양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간격을 표현하는 ‘촘촘하게’로 기입한 정답은 오답이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더 라는 표현이 없어도 문제에 그림으로 표현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코일을 많이 감는다고만 해도 기존의 코일 양을 넘는 양이라는 표현이 되는 것”이라며 “무슨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대댓글 지적 댓글에 “진짜 댓글 수준 어마어마하다. 한양대 공대를 무시해버리네. 글 쓰는 애들은 하버드서 박사 과정이라도 밟고 있냐?”고 지적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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