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선택하는 신혼부부, 왜?

2023.09.04 11:07:09 호수 1443호

“혼인신고 하는 사람은 바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결혼을 앞둔 20, 30대다. 이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집값 때문에 망설인다. 결국 신혼부부들이 선택한 것은 결혼식을 올린 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 더 나아가 미혼모가 돼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신혼부부의 현실이다.



비혼주의자 증가 및 20~40대 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지난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혼인신고 기준)는 19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0.4%(800건)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역대 최소 수준으로, 2012년부터 최근 11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소

1996년 43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혼인 건수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에 30만건대까지 내려왔고, 2016년 20만건으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5년 만에 10만건대에 진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25~49세 연령이 줄어드는 등 인구구조 영향으로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사회조사 결과서도 결혼과 관련해 ‘해야 한다’ ‘하는 게 좋다’는 견해 비중이 20대 57.7%서 지난해 35.1%로 감소한 것으로 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의 변화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비혼주의자가 늘어나고, 평균 초혼 연령도 남자와 여자가 각각 33.7세, 31.3세로 전년 대비 각각 0.4세, 0.2세 상승했다. 하지만 혼인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건 이런 이유만이 아니다.


현재 서울시는 저출생 대책으로 양육자와 예비 양육자 지원 사업에 예산 5000억원을 더 투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산인 1조9287억원보다 약 5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여기에는 ▲서울형 육아휴직 장려금 ▲서울형 아이돌봄비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이 있다.

반면 신혼부부들은 이런 정책이 모두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4월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강모(36)씨는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강씨에게 “결혼했는데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냐. 혼인신고를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우리도 혼인신고를 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면 바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 받는 이득이 더 많다”며 “보통은 집 때문에 혼인신고를 늦게 하고,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집이 없으면 아이를 낳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혼 주의자 늘어 법적 부부 적다고?
숨어있는 진짜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이유가 뭘까? 맞벌이하는 법적 부부는 내 집 마련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우리처럼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가 많다. 정책이 잘못돼 신혼부부들이 미혼인 것처럼 위장한다. 내 주위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 결국 현재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청약과 대출 때문이다. 강씨 부부는 서울의 한 지역에 사전청약을 신청했다. 여전히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15~20% 저렴했다. 사전청약 경쟁률은 200대1을 기록했다. 강씨는 청약에 당첨되진 못했지만, 만약 혼인신고를 했다면 청약의 신청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846만원), 맞벌이는 140%(911만원) 이하여야만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1인 가구 일반 청약은 월평균 소득 100%(651만원)가 기준이다. 즉, 강씨 부부가 혼인신고를 했다면 소득 수준이 높아 청약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결혼 페널티’라는 말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혼인신고 바로 한다 VS 나중에 한다’는 글에는 대부분 혼인신고를 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이 즐비했다.

글 작성자는 “혼인신고를 언제 해야 할지 궁금하다. 내 주위에는 결혼식 직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글을 남겼다. 답변은 30개가 달렸고 대부분은 “아기 생기면 할 거다. 청약 확률을 높이려면 방법이 없다” “혼인신고를 하면 혜택이 너무 줄어든다” “혼인신고의 장점이 없다. 늦게 하는 것이 추세” 등의 부정적 의견이었다.

한부모 가족 혜택 
특별공급 받으려…


이 중 눈에 띄는 답변이 있었다. 바로 아이가 태어나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거라는 것. 강씨는 “한부모가정이 되면 받는 혜택이 많다. 정책 허점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부모가족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많다. 한부모가족으로 인정받으면 매달 10만원 또는 20만원의 양육비를 받는다. 만 34세 이하 청년 한부모가족은 추가로 월 5만원서 10만원 사이의 추가 아동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자녀가 중·고교생일 경우 연 8만3000원의 학용품비가 나오고, 서울시 등에서는 분기별로 자녀 1인당 8만6400원의 교통비를 준다. 그 밖에도 휴대폰요금·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 감면 혜택도 있다. 청소와 세탁, 설거지 등을 지원하는 가사서비스도 월 2~3회 제공된다.

또 한부모가족이면 신혼부부·기관추천 등의 특별공급 신청 조건을 만족하며, 다자녀 특별공급으로 청약을 신청할 때도 한부모가족일 경우 가점 5점을 부여한다.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요건은 충족시키기 어렵지 않다. 한부모가족 증명서 발급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고, 복지급여 지급 기준은 58% 이하다. 한부모가족은 부모나 형제자매 등의 집에서 동거인으로 거주하거나, 한부모 본인 명의의 집에 함께 사는 부모 등이 있어도 상관없다. 소득재산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꼼수

이 같은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벌이가 적은 쪽이 한부모가족 신청을 하면 지원 요건을 맞추기 용이하다. 오히려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족의 소득수준이 높아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부동산 청약 전문가는 “특별공급은 당첨 확률이 매우 높아서 서류상으로 한부모가족이 되는 불법 꼼수를 부리면 부부 각각 한 채씩 총 두 채를 특별공급으로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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