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숲으로의 초대 ④구례 섬진강대숲길

2023.08.21 14:25:27 호수 1441호

8월의 ‘대(竹)’ 피서

섬진강 곁의 대숲 사이로 첫걸음을 뗀다. 곧장 신석정 시인의 시 ‘대숲에 서서’가 보인다. 첫 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숲으로 간다 / 대숲으로 간다 /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대나무는 잎보다 줄기가 먼저다. 무성한 잎의 푸름보다 한사코 제 몸의 곧음으로 말을 건다. 그래서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 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 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그 기개가 시인에게는 “기척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을 테다.



전남 구례에 내려 당장 섬진강대숲길부터 찾아도 좋겠다. KTX 구례구역서 약 3.3㎞ 거리고, 구례 읍내에 있는 구례공영버스터미널서도 3㎞가 안 돼 대중교통으로 닿기에 수월하다. 자가용 이용자는 구례섬진강대숲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굴다리를 지난다. 주차장과 섬진강 사이 짧은 단절감이 살짝 설렘을 안기고, 끝에서 다른 세상이 열린다.

굴다리를 벗어나면 정자 쉼터와 섬진강, 그 너머 오산이 반긴다. 섬진강대숲길은 왼쪽이다. 대숲 하면 담양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구례 대숲은 담양과 다른 매력으로 반짝인다.

수월한 교통편

섬진강과 나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진강 물길 따라 대숲 뒤 먼발치로 지리산이 물결친다. 구례가 자랑하는 풍경이 한데 모인 셈이다. 섬진강대숲길에 첫발을 디딜 때, 그 숲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가 아껴둔 비밀의 정원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숲이 들어선 사연은 섬진강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이 일대서 사금 채취가 무분별하고 횡행했다. 섬진강 금모래가 유실되고 이를 안타까워한 마을 주민 김수곤씨가 강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 대나무를 심은 게 섬진강대숲길의 시작이다.


섬진강대숲길은 정자 쉼터가 있는 초입에 편도 약 600m 구간으로 조성돼있다. 섬진강 물길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길은 평지에 가깝지만 약간 경사가 있어 대숲의 소실점이 조금씩 변하며 율동을 만든다. 몇 걸음 떼지 않아 신기하게도 섬진강이 잊히는데, 대숲은 그저 섬진강에 기댄 숲이 아니라는 듯 제 목소리를 낸다.

신석정 시인처럼 “나도 대같이 살고 싶어” 대숲에 오진 않았지만, 섬진강대숲길에 서니 시인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어느새 땡볕이 사라지고 마디마디 곧은 대나무 줄기가 무리 지어 그늘을 드리운다. 대숲의 음영은 활엽수 그늘과 달라, 수평으로 넓기보다 수직으로 깊다. 절로 고개를 들고 시선은 높고 먼 데를 향한다.

섬진강대숲길에 벤치가 많은 건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픈 이를 위함이라기보다, 거기 앉아 대나무로 빼곡한 숲을 바라보라는 뜻이다.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대숲은 짙은 초록이 마음을 씻는다. 봄이나 가을이었다면 슬며시 부는 강바람이 ‘솨~’ 하며 숲의 일렁임을 만들었겠지만, 여름의 대숲은 그 요동 없음이 대나무의 오롯한 멋을 뽐낸다.

앉아서 빼곡한 대숲 바라보라는 벤치 존
향나무 외에도 볼거리가 가득한 향나무숲

포토 존도 여럿이다. 중간 지점에 섬진강 쪽으로 뻗은 샛길이 있고, 섬진강대숲길 경계 즈음에 그네가 놓였다. 실루엣을 ‘셀피’로 담기 좋은 자리다. 섬진강 풍경을 한 걸음 가까이서 맞을 수 있고, 섬진강과 무척교와 지리산이 어우러진 전망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별빛 프로젝트’는 섬진강대숲길을 밤에 한 번 더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어둠이 내린 숲은 무지갯빛으로 변신하고, 사방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조명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초입에는 초승달, 안쪽에는 보름달 포토 존에서 낮에 이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야간 조명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들어온다. 여름 대숲은 모기 걱정이 앞선다. 섬진강대숲길 입구에 해충 기피제 자동 분사기가 있다. 정자 쉼터 인근 대형 카페는 잠시 쉬었다 가기 적당하다.

섬진강대숲길 강 건너편으로 오산이 보인다. 정상부에 자리한 사성암(명승)은 고승 네 명(의상, 원효, 도선, 진각국사)이 수도했다 해 그리 불린다. 절벽 위에 당당한 유리광전이 강렬한 첫인상이다. 산왕전(산신각) 옆 도선굴 역시 거대한 바위틈이 경이롭다.

전망도 사성암의 자랑이다. 동쪽으로 섬진강과 구례읍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로 굽이치는 지리산 연봉이 한 차례 더 감탄을 자아낸다. 그만큼 해발고도가 높다. 차로 갈 수 있지만, 사성암관광지주차장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버스로 10~15분 이동한다.

신라 때 창건한 천은사(전남문화재자료)는 구례 화엄사, 하동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방영 후에는 홍예교 위의 수홍루가 인기다. 천왕문 지나 처음 보이는 보제루는 열린 공간으로, 누각 안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든 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 상생의길은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계기로 2020년 조성했다. 3개 구간(나눔길, 보듬길, 누림길)으로 나뉘며 총 3.3㎞다. 천은저수지와 수홍로 등을 포함하고, 누림길은 무장애 탐방로다. 수령 300년된 노송 곁을 지나는 소나무숲길 역시 운치 있다.

천개의향나무숲은 안재명·진가경 부부가 10년 남짓 가꿔온 숲이다. 이름처럼 다채로운 향나무가 매혹한다. 늘보정원, 향기정원 등 주제 정원과 향나무숲길 등으로 구성된다. 향나무 외에도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천개의향나무숲

향나무숲길 옆에는 계절마다 꽃이 만발하고 깨솔솔오두막, 숲의조각, 부엉이다락 등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오두막과 예술품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카페를 겸한 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거나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숲속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천개의향나무숲은 목~일요일에 운영하며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반려동물 5000원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풍경 여행: 섬진강대숲길→사성암→천개의향나무숲
-촬영지 여행: 섬진강대숲길→쌍산재→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섬진강대숲길→사성암→쌍산재→운조루
-둘째 날: 천개의향나무숲→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구례여행 https://gurye.go.kr/tour
-천은사 www.choneunsa.org
-천개의향나무숲 https://jkjmtree.modoo.at

문의 전화
-구례군청 관광정책팀 061)780-2227
-사성암 061)781-4544
-천은사 061)781-4800
-천개의향나무숲 061)783-1004

자가운전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8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6번·2-10번 등 농어촌버스 이용, 오정 정류장 하차, 섬진강대숲길까지 도보 약 30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구례공영버스터미널 061)780-2730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7회(07:09~18:47)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서 2-6번·2-10번 등 농어촌버스 이용, 오정 정류장 하차, 섬진강대숲길까지 도보 약 3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대중교통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 IC→구례로 10.7㎞, 우회전→까막정길 134m, 왼쪽→구례섬진강대숲길주차장

숙박 정보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htt ps://nogodanguesthouse.modoo.at
-지리산호수리조트: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http://jirisanhosu.com
-구례옥잠: 구례읍 상설시장길, 010-8286-1710

식당 정보
평화식당(육회비빔밥): 구례읍 북교길, 061)782-2034, www.평화식당.kr
부부식당(다슬기수제비): 구례읍 구례2길, 061)782-9113
목월빵집(단호박허브크림치즈빵): 구례읍 서시천로, 061)781-1477
라플라타(솔트크림라테): 구례읍 산업로, 061)782-2701

주변 볼거리
화엄사, 수락폭포, 지리산치즈랜드, 연곡사, 한국압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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