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아카이브 등재…상용화 두고 갑론을박

2023.08.02 15:07:07 호수 0호

서남 등 관련 주식 5일째 광풍…각종 밈 등장
“황우석에 또 속나?” 일부 부정적인 목소리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국내 연구진이 영하 200도 이하의 극초저온 등 특수한 조건서만 모든 전기적인 저항 성질을 상실하는 물질인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해당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주식시장에선 광풍마저 부는 등 과열 양상마저 보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은 오전 9시1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950원(30.00%) 상승한 845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무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서남은 전날에 이어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덕성(29.97%), 신성델타테크(29.75%)도 마찬가지로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및 연구진과 함께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는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김현탁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따르면 이전에도 초전도체가 개발돼있긴 하지만 영하 180도 이하라는 환경 조건상 일상서 활용될 수 없었다.

그러나 LK-99는 상온 30도서 초전도체의 성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일에는 노벨화학상, 물리학상 논문을 다수 배출해왔던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LK-99에 대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테스트한 결과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상온 초전도체’ 물질 개발은 꿈이 아닌 이미 현실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LK-99의 탄생은 구리(Cu)와 납(Pb)를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로 지난 20년 동안 1000회 이상의 실험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찬반 논란이 일자 한국초전도저온학회(학회장 최경달)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학회는 학회장 명의의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학회에선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국내‧외 연구기관의 검증 결과를 지켜보고자 했지만, 국내‧외 보고 결과에 진위 논란이 있는 데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며 검증위 구성을 시사했다.

이어 “현재 발표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 물질이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검증위는 김창영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참여 교수를 모집 중에 있으며 조만간 검증위가 꾸려지는 대로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시설서 검증 측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SLR클럽’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상온상압 초전도체 발견 맞으면 학교명 바꿔야 됨”이라며 고려대학교를 초전도대학교라는 이미지가 첨부된 글이 게재됐다. 이 대표의 출신 학교가 고려대인 점을 감안해 학교명을 ‘초전도대학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후위기와 맞물려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될 경우 인류의 최대 난제로 지적돼왔던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밈도 등장했다.

해당 밈은 3장의 사진으로 구성돼있으며 한국이 LK-99로 지구의 글로벌 온난화를 막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첫 번째 사진엔 KOREA가, 두 번째 사진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만 중간에 나 있는 구멍으로 누수 중인 장면, 마지막 세 번째엔 LK-99라는 초전도체 패치로 줄줄 새고 있던 물을 막는 모습이다.

과학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초전도체의 이용 사례는 초고속 양자 컴퓨터, 자기부상 열차, 에너지 손실이 없는 전력선 등이다.

다만, 아직 과학계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밈 사진을 첨부했던 누리꾼은 “기초과학 수준이 거의 0에 가까운 나라에서 뜬금없이 초전도체 개발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노벨물리학상, 화학상 한 명도 없는 나라에서 갑자기 상온 초전도체? 진짜 한국이 개발해서 상용화되면 전 재산 다 기부하겠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해당 의견에 다른 누리꾼은 “이번 초전도체는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꼭 기초과학이 탄탄해야 발견되는 건 아니다”며 “초전도체 분야에 공이 컸던 과학자가 ‘주류에 퍼진 과학적‧물리적 지식을 버려야 이 분야는 전진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원이 “우연은 아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20년째 해왔던 사람이라는 언론 보도를 봤다”고 응수하자 다른 회원은 “퀀텀 시드머니 11억 투자받은 스타트업이다. 그냥 딱 봐도 투자금 더 받아먹고 엑시트(도망)할 각인데 이것만 20년 했다?”며 해당 기업의 시드 상황을 첨부하며 맞받아쳤다.

또 “투자금 사냥꾼들의 작전” “누가 봐도 작전주지. 황우석 박사에 속고 또 속느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닉네임 ‘공대생85’은 “핵융합처럼 가능성만 확인한 수준일 듯하다. 상용화는 또 다른 얘기”라고 평가했다.

한편, 구인구직 업체 ‘사람인’에 따르면 서울 송파시 소재에 위치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7월9일 설립된 업력 16년차의 중소기업으로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업을 주로 하고 있다. 사원 수는 6명이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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