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홍준표의 기행

2023.07.24 13:00:47 호수 1437호

이대로 대선 포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내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불편하게 생각하던 차에 하나 걸려들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홍 지사는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정치 행보에 관한 위험을 감지한 모양새다. 급하게 해명자료를 냈음에도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괜찮을까?



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골프를 쳤던 게 확인됐다. 지난 15일, 홍 시장은 오전 11시20분부터 1시간가량 대구 도학동 팔공 CC서 골프를 쳤다. 비가 많이 오자 1시간 만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골프 친 시간은 호우주의보나 경보가 발표된 때는 아니었다. 다만 대구시 일부 공무원이 재난 대비 근무를 하고 있었고, 비 피해가 예상되던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골프장에 간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 국민의힘 지도부 안팎서 제기됐다.

고개 푹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은 참지 않았다. 오히려 주말에 골프를 친 게 무슨 잘못이냐는 태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주말 일정은 사생활”이라며 누구도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취지로 강경하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당시 비상 2단계 발령 상황이라 단체장은 담당 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며 규정을 지켰다고도 반박했다. 

홍 시장은 “주말에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서 어디 있느냐”며 “골프를 이용해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럴수록 홍 시장을 향한 비판 여론은 거세졌다. 홍 시장은 끝까지 버텼다. 버틴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즉시 징계가 내려질까 우려해서로 보인다.

버티던 홍 시장은 결국 지난 19일, 대구시청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다며 90도로 머리 숙여 사과했다.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는 윤리위가 징계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후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현재 홍 시장을 향한 당내 기류는 싸늘한 편이다. 일각에선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홍 시장은 국민의힘 상황, 김기현 대표를 향한 비판 등을 여러 차례 해왔다. 당내서 불편한 심기를 느끼던 차에 때마침 징계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졌다. 홍 시장은 이미 앞서 상임고문직서도 해촉된 상태다. 그만큼 김 대표와는 불편한 관계다. 

현재 홍 시장의 징계 사유로 거론되는 지점은 품위유지 손상이다. 국민의힘 윤리 규칙 22조를 살펴보면 자연재해, 대형 사건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긴 상황서 오락성 행사, 유흥,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다만 김 대표는 “윤리위는 독립적 기구고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한발 뺐다. 

윤리위도 곧바로 징계 개시 여부를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몇몇 윤리위원이 징계 절차 개시를 요구하면서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직권 상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리위가 직권으로 상정한 안건인 만큼 징계 개시 결정은 비교적 쉽게 이뤄졌다. 조만간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홍 시장이 이번에 징계를 받게 된다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지 8년 만이다. 당시에도 홍 시장은 당원권 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7년 3월 징계가 뒤늦게 풀렸다. 

그는 자신의 위기를 직감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서 한 지지자가 “지금은 몸을 낮출 때”라고 하자 홍 시장은 “호사다마 처지”라며 잠시 추스를 때임을 인정했다. 

대구에 한정된 조직 다지기
차기 대권 행보 여기서 스톱?

고개를 숙인 홍 시장은 윤리위 측에 사과문과 의견서, 비상 상황 근무현황표 등을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 친윤(친 윤석열) 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파다하다. 국민의힘의 징계 수위는 총 4단계로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이 있다.

앞서 홍문종 전 의원이 2006년 수해 때 골프를 쳐 제명됐던 바 있다.


홍 시장이 수위 높은 징계를 받더라도 대구시장직 유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서의 영향력은 한층 더 줄어들게 된다. 물론, 골프가 예전처럼 일부만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고, 문제를 삼을만한 게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홍 시장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주자로 통하는 그는 당에서 어떤 당직도 맡지 않았고, 보수의 텃밭 조직을 다지겠다며 대구로 내려갔다. 

한동안 홍 시장의 일은 술술 풀렸다. 청년의 지지를 받았고, 대구서도 환영받았다. 그러나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조직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있다기보다는 대구에 한정돼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오로지 대구‘만’ 챙긴다. 이번에도 대구시장인 점을 강조했다.

앞선 상황서 홍 시장은 집회와 관련해서도 도로 점용, 허가권에 대한 해석을 놓고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대선주자로서 언급되는 중에 자신의 영향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대구로 한정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빨간불

반면 일각에선 대구시장 커리어를 자신의 대선을 위한 ‘부가’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서 말 그대로 대구·경북(TK)만 확보하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동시에 두 가지 의견이 나오면서 앞으로 홍 시장의 대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과가 너무 늦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과했더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리위 징계 수위에 따라 다음 정치 행보가 결정될 수 있다”고 관측을 내놨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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