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경동제약 오너 일가 챙기기

2023.06.23 10:48:35 호수 1432호

절묘한 타이밍 거액 배당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동제약이 실적 부진에도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배당 규모가 커진 이후 가장 혜택을 본 건 회사의 공식적인 후계자다. 증여세 납부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역시 통 큰 배당 정책을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견 제약업체인 경동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8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나빠졌다. 경동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전년(158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원재료비 상승,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챙길 건 챙긴다

영업이익 하락세는 지난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2019년 246억원이었던 경동제약의 영업이익은 2020년 190억원으로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뒷걸음질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순이익도 별반 다를 게 없다. 2019년 228억원이었던 경동제약의 순이익은 이듬해 129억원으로 급감했고, 2021년 126억원, 지난해 121억원 등 최근 3년 새 47%가량 감소했다.

수익성이 나빠지는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동제약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41억원, 순손실 4억9300만원을 기록하면서 두 지표 모두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경동제약은 전년 동기에 영업이익 59억원, 순이익 32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실적 하락세와 별개로 경동제약의 고배당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이 곧 오너 일가의 승계 재원이기 때문이다.

경동제약 오너 일가는 올해 1분기 기준 회사 지분 44.6%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2세인 류기성 부회장은 지분율 17.5%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2년생인 류 부회장은 2006년 경동제약에 입사해 2008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면서 등기임원(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신규 설립된 100% 자회사인 류일인터내셔널 지사장을 맡았다. 류 부회장은 201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1년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보폭을 넓혔다.

2014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 입지를 한 번 더 다졌다.

계속되는 실적 뒷걸음질
증여세 출혈 막는 묘수

류 부회장은 2018년 경동제약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부친인 류덕희 회장 등으로부터 지분 7.16%를 증여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동제약 최대주주는 주식 256만6000주(지분율 9.66%)를 보유한 류 회장이었고, 류 부회장은 주식 보유량 141만8736주(5.34%)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류 부회장은 2019년 부친으로부터 지분 7.1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157억원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다만 류 부회장은 증여세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류 부회장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는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예상된다. 류 부회장은 국세청에 증여세를 장기간에 걸쳐 분납하고 있다. 

또한 류 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았던 2019년에 2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콜옵션(매도청구권 40%)을 삽입했다. 이후 콜옵션 행사로 추가 지분을 확보했다. 연부연납을 신청한 증여세는 물론이고 콜옵션에 대한 비용까지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경동제약의 고배당 기조를 승계 자금 마련의 일환쯤으로 보기도 한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109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89.2%에 달했는데, 이는 순이익(121억원)의 9할에 가까운 금액이 배당 명목으로 주주들에게 지급됐음을 의미한다.


경동제약은 한 해 전에도 대규모 배당에 나선 전례가 있다. 2021년 보통주 1주당 4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10억원이었다. 앞서 실시했던 중간배당(23억원)을 합치면 총배당금은 133억원이다.

예고된 수순

경동제약의 고배당 기조는 최근 들어 확연해졌다. 실제로 2019년까지 40%~50%대 수준이던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2020년(107.8%) 이래 기존 대비 두 배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만 약 380억원에 수준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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