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새해가 밝으며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검찰은 새해 기싸움의 예고편을 미리 날린 바 있다. 지난달 둘째 주 이 대표에게 이미 소환 통보를 보낸 것이다. 이 대표가 통보받은 날짜는 지난달 28일 수요일로, 민주당 측은 이미 일정이 예정돼있어 ‘28일 소환에는 불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측은 당초 검찰 소환에 전면 불응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 당시에는 아직 소환 통보를 받기 전이었지만, 민주당은 곧 검찰 소환이 있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알다시피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사 중인 검찰은 곧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두 불응할 예정이다. 검찰, 정권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소환조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견대로 검찰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측에 정식으로 소환조사 요청을 했고, 통보 소식을 들은 언론은 발 빠르게 이를 보도했다.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쏠렸으나 민주당은 바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성남FC 광고비 사건으로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한 게 어제 저녁이다. 일선 당직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팩스 한 장 보낸 게 전부”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현재 이 대표가 검찰에 수사받고 있는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 사법 리스크인 대장동 개발 의혹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선운동 선거법 위반에 이 대표 가족 리스크까지 검찰은 전방위적으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최측근들과 가족들은 연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소환을 통보한 혐의는 대장동도, 가족 리스크도 아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네이버, 차병원, 두산건설 등 당시 성남시에 위치한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기업들의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뇌물공여죄란 공직에 있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요구 또는 약속할 때 처벌하는 법조항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제3자인 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받게 하고 기업들에게 유리한 인허가 건을 해결해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법률인 제3자뇌물죄는 실제 처벌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전면 불응 가닥…최근 기류 바뀌어
균열 가는 친명, 검찰 출석 숨은 의도는?
그러나 지난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당 법률로 처벌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제3자)에 후원하게 하고 기업 승계 문제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률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이 대표의 경우도 처벌받을 확률이 상당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특히 두산건설과 이 대표 간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산건설은 1991년 성남 일대에 70억원가량의 병원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때 사놓은 토지가 ‘용도 변경’을 통해 가격이 급등한 사실이다.
현재 두산이 보유한 토지는 1조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며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산처럼 100배나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토지 전문가들은 이런 기하급수적인 땅값 상승이 성남시청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5년 성남시가 해당 토지를 용적률 250%에서 670% 상향 조정해주고 연면적도 1만2000평에서 3만8954평으로 높여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당시 당시 성남시장을 맡고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대표였다.
성남FC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매우 강한 검찰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필수적이다. 이를 알고 있는 이 대표 측이 쉽사리 소환에 응하지 않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런 이 대표 측의 수사 협조 의지가 바뀌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대표가 당초 정해놨던 ‘소환 불응’을 철회하고 포토라인에 설 각오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린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다. 다른 일정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통보하는 건 제1야당과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며 “보통 일반인 소환하는 것도 이렇게는 안 한다. 조율해서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소환조사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로부터 며칠 후, 이 대표는 직접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에 출두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잘 아시는 것처럼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라면서도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검찰 소환에 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강제소환?
자진출석?
이 대표의 변호인은 검찰에 12월28일 출석은 어렵고, ‘1월 둘째 주 닷새’ 동안 검찰에 출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이 오히려 출석일을 상정해 전달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오는 10일 오전 그를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이 비로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은 혐의점에 얽매이며 소환에 불응할 방침을 세운 이 대표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만난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찰에 ‘한 차례’ 정도 출석할 것이고 이때 받은 조사 과정을 가감 없이 언론에 알릴 예정이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검찰 출석하는 데 민주당 내부 단속, 여론 전환, 지지층 결집 등 적어도 세 개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가장 큰 노림수는 내부 단속이다. 최근 민주당 내 기류는 이 대표의 결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의원들까지 이 대표가 ‘무죄’가 아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대선 운동기간부터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인식됐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당은 당이고(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당당하게 왜 말을 못 하나”라며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친명계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최초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는 ‘수사는 수사대로 받고 당 문제는 별개’라는 비명(비 이재명)계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수사가 진척되면서 친명계 사이에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 보도(친명계 의원 인터뷰)가 나간 것은 이미 분위기가 많이 쏠린 후”라며 “비명계는 물론이고 최근엔 친명계까지 이 대표에 대한 의견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계속 억울하다고만 하는 이 대표지만 검찰의 수사는 꽤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중앙 무대 경험이 없는 만큼 원래 정치세력이 많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력만 있는 이 대표는 지난해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오랜 시간 그와 가깝게 지냈다던 7인회 등을 빼면 친명계는 사실 세력이 다져진 지 1년을 갓 넘은 신생 세력이다.
2021 대선 경선과 2022년 전당대회를 거치며 그 세가 민주당의 절반쯤으로 불어난 상태지만 규합된 세월이 짧은 만큼 결속력도 낮다는 게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재 지도부와 처럼회 등은 이 대표 당선 이후 그와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계파 갈등이 한창 불거졌을 때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낸 것도 이들이며 최근 이 대표를 향해 조여오고 있는 검찰의 수사망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치밀해지는 검찰 수사에 절반가량 불어난 친명계가 점점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계속 속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길어지는 검찰 수사에 버티지 못하는 의원이 하나둘 이 대표를 향한 위기설을 고조시키고 있고, 내년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의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서 들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있는 이 대표 측근들은 당내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가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반창꼬?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결정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균열이 가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의 충성심에 이 대표가 스스로 나서서 반창고를 붙여주는 꼴”이라며 “이 대표가 위기 때마다 보여줬던 ‘정면돌파’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내부 단속도 단속이지만 여론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연일 도배되고 있는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뉴스는 유권자들에게 이미 피로감을 상당히 준 상태다. 검찰은 야당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수사하며 언론에 크고 작은 뉴스를 매일 흘리는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가 많은 만큼 뉴스의 종류도 다양하고 횟수도 빈번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후 잠깐 상승곡선을 탔던 민주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말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2월 3째주 26%로, 5째주 지지도는 32%로 각각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3째주 30%, 5째주엔 28%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여러 헛발질이 잠잠해지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지르는 여론조사가 계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째주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28%를 기록한 것은 민주당 지지율이 석 달 만에 30%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시간은 여당편”이라는 속설을 증명하듯 계속되는 지지율 추락은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이 연달아 비대위를 해산시켰다가 다시 출범하는 등 안정적이지 못한 모양새를 계속 보임에도, 당의 권력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안정된’ 민주당이 계속해서 ‘지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 혁신과 획기적인 결단을 통해 여당을 이길 ‘반전 카드’를 모색해야 할 때, 당 대표가 계속 검찰과 줄다리기만 하고 있으면 이 동향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그런 당내 불만 목소리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명계 단속·여론전환·지지층 결집
이 대표, 개딸들 안심시키는 데 총력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여론을 반전시킬 결단의 카드일 수도 있다”며 “지난 대선 때를 상기시켜보면 이 대표가 각종 리스크에 정면을 맞받아칠 때마다 지지율은 상승해왔다. 정치인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본 대중은 ‘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생각하기보다는 ‘떳떳한가 보다’로 생각하는 게 최근 여론 동향이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불거지고, 대장동 수사가 진척될 때마다 직접 해명하거나 사과하면서 지지율을 방어한 전례가 있다. 이미 수차례 포토라인에 섰을 때 망신보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경험을 한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내부 결속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들)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을 중앙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은 최근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에 권리당원 2명을 앉히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원 중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누구나 권리당원이 될 수 있다. 전대 때 대거 유입된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 중 누구나 시도당의 의사결정기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팬덤정치’로 비판받고 있는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민주당의 ‘키’를 맡긴 셈인데, 이를 두고 이 대표의 민주당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위치에 개딸들을 배치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세력 확장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또 당내서 중요해진 강성 지지층들에게도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이라는 카드로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미 이 대표가 검찰에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지층에게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지지층은 모두 ‘이 대표 지키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의 지지층은 그가 정치하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럴 때마다 본인들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
먹히는
정치화된 검찰 수사와 또 그를 역이용하려는 정치권은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시급한 현안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제21대 국회는 이처럼 정치 검사와의 기싸움으로 남은 1년을 보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