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주민 및 단체, 법원 가처분에도 시위 ‘눈살’

2022.12.26 10:14:02 호수 0호

현수막 부분 수정 후 도로변서 차량 시위 여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책사업인 GTX-C 노선의 근거 없는 변경을 주장하는 은마아파트 주민, 대표자회의회 및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이 법원의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시위 경로와 현수막 문구 등을 일부 변경한 채 상가 등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법원은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 재건축 추진위 등을 상대로 낸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의 주거지인 기업인 자택 반경 100미터 내에 확성기 등을 통한 소음 유발 및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 게시가 금지됐고, 반경 250미터 내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 등의 게시 또는 이를 부착한 차량 이동 등도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추진위 측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수막 문구를 부분 변경하고, 기업인 자택에서 최소 260여미터 떨어진 도로변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 지난 13일부터 차량 시위를 재개했다.

시위가 재개된 한남동 도로변은 상가 등이 밀집한 곳으로 추진위 측 차량 10여대는 인도 쪽 차로 2개를 점거해가며 자신들의 시위 준비를 위해 일반 시민들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고 있다. 유턴 차량이 시위 차량들에 가로막혀 여러 차례 앞뒤를 오가며 애를 먹는 등 운전자 안전이 위협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해외 사례 참고해 시민불편 초래하는 민폐 시위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
은마 재건축 추진위, 가처분 4일만에 현수막 문구·경로 일부 변경해 시위 재개
시위 차량 10여대 차로 막으며 안전 위협…유턴 시 운전자 위험에 노출 우려


또 추진위 측은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시위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 재생해가며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변경된 시위 구간이 2.6Km에 이른다는 점에서 인근 시민들의 불편은 법원 가처분 결정 이전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추진위 측은 시위가 열리는 도로를 따라 가처분 이전 볼 수 없었던 20여개의 현수막도 새로 설치했다. 주민 등의 신고로 한차례 모두 철거됐지만 곧바로 다시 내걸리면서 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이 GTX-C 노선 변경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GTX-C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한남동에서 이처럼 민폐 시위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법원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남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 19일 유튜브에 올라온 추진위 측 시위 영상에 "불법 현수막에 대해 모두 민원을 넣어놓았다"며 "왜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치느냐"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도로변 20여개 현수막 새로 등장…확성기 통한 구호 방송 등 소음 피해 여전
한남동 주민, 시위 영상에 “현수막 구청에 신고…왜 한남동서 난리 치나” 댓글

해외의 경우 이처럼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진행되는 무분별한 민폐 시위는 발붙이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행진 소음은 10m 거리 측정 기준 최대 81 데시벨(dB)을 넘어서는 안 된다. 시위 단속 기준으로 ‘배경 소음도’를 도입한 것도 특징으로 시위 소음은 배경 소음보다 주간(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5데시벨, 야간에는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다.

대로변 등 인파가 몰려 평소에도 소란스러운 장소보다 주택가 등 평소 소음이 작은 곳에서는 집회 소음 또한 더욱 규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2015년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시민안전법(the Organic Law on the Protection of Citizens’ Security)’에 따라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끼쳤을 경우 3만유로(약 41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전 허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행진하면 600유로(약 8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시민안전법이 통과된 2015년 집계된 공공 무질서 범죄는 총 261건이었지만, 이듬해에는 174건, 2017년 181건, 2018년 149건, 2019년 150건, 2020년 163건으로 줄었다.

지난 2020년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시 부총리 자택 앞에서 냄비와 팬을 두드리고 확성기를 통해 “스페인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4개월간 거친 시위를 벌이면서, 공과 사의 구분 없이 타인에 피해를 주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확산하기도 했다.

해외 선진국, 징역형 및 과태료 부과 등으로 다수의 일반 시민 피해를 최소화
프랑스, 경찰 해산 명령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 벌금
스페인, 과격한 시위로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 끼쳤을 경우 3만유로 벌금

미국은 일괄적인 연방 법규가 아닌 각 주의 법률 또는 조례로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 공공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하려면 경찰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 개최를 위해서는 집회 신고와 별개로 하루 단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할 경찰서는 주최 측이 이전에 유발한 소음의 정도, 소음 기구의 종류, 집회 장소, 인근 주민의 불편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만일 소음이 타인의 건강 또는 편안함을 해치면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해외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우리도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은 민폐 시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소음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과 같은 과태료 부과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집회 논란에 대해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폐를 끼치면서 집회 및 시위를 갖지 않았다”며 “우리는 합법적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준 소음을 넘지 않고 시위를 갖고 있다”며 “현재 집회 및 시위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에서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은마아파트 세입자, 거주자 입주자대표회 및 추진위원회 등이 함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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