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

2022.11.29 15:07:45 호수 1403호

“여야, 칼끝 닿지 않게 거리 두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는)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차고 있는 꼴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이 현재 윤석열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라며 내린 평가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빠른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20대 국회서 원내대표를 지냈고, 최근 당내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 중 당심이 선택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폭넓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일요시사>는 나 부위원장을 만나 정치 현안, 현재 활동, 당 대표 출마 여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된 시기는 2005년으로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고, 제가 부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일종의 심의기구나 평가기구 정도였는데, (정부가)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윤 대통령께서 우리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실제로 제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집행되게 해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부위원장인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은 어느 한 부처에서만 담당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대한민국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데드 크로스가 됐습니다. 즉 사망자 숫자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아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산율은 둘이 만나서 한 명도 안 낳는 상황인데 최근 0.8명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90년대생까지만 해도 한 해 60만 명씩은 태어났는데 2000년대생이 태어나면서 40만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부모가 되는 세대의 숫자가 줄어들고 나면 우리가 출산율을 아무리 제고해도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민주당은 지금도 대선 불복 중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초고령사회가 2025년 혹은 2026년에는 돌입한다고 보기 때문에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인 셈입니다. 출산율을 올리고, 어르신들의 복지를 좋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경쟁력이 생기는지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 2100년이 되면, 3000만명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존속 불가능한 나라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함께 관심 가져야 합니다. 최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가 돼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것이 트렌드로 잡혀 있는데 그게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 낳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회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이집트 출장을 다녀오셨습니다

▲인구 문제 외에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어젠다가 ‘기후’입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2015년 파리 UN 당사국 회의도 갔다 왔습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도 다녀왔는데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였습니다. 저는 국회서 미세먼지 특위위원도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세계 110개국 정상이 왔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못 가셨습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으로 우리만 대통령이 참석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특사로 가게 됐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서 연설도 하셨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에 정상이 아니지만 연설 기회를 받은 사람은 저와 중국 특사가 유일했습니다.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의 사회로 갈 것이냐’는 부분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할 것이냐’ 두 가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녹색 해운 세션과 영국이 주도하는 산림기후 정상회의 세션이 있었습니다. 또 슐츠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고위급 교우 세션이 있었는데 3가지 세션에 참석해서 발표하거나 토론을 했습니다.

초고령사회 이미 시작 대비해야
기후 역시 대한민국 주요 어젠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야 3당이 추진했습니다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가 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선 말부터 너무 거칠어졌습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막말 사고가 날 정도입니다. 영국은 의회에 가면 여당과 야당이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거리는 검을 들고 상대방을 찌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여야의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국정조사뿐 아니라 재난이나 추도를 정치에 팔아먹고 이용하려는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희생자들의 명단을 마음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인권침해고 희생자의 명예 침해입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에 대한 명예와 인권의 침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추도라고 하지만 주말에 촛불집회에 ‘윤석열 퇴진이 추도다’ 그 문구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는 경찰 수사를 이미 하고 있는데 지켜봐야 합니다.

-과거 국정조사 경험이 있으십니다

▲저도 국정조사를 많이 해봤지만, 국조 때 국회에 강제 수사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서 국정조사를 하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자료 협조가 수월하지도 않고요. 따라서 경찰 수사를 좀 지켜보면서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사안을 가지고 너무 정치화하고 일종의 추도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이용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참 볼썽사납다는 의견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재 윤정부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새 정부는 좀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여소야대도 지나친 여소야대니까 윤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뭘 하겠다고 통과시켜준 법이 단 한 건도 없으니 국민들은 “뭘 한다는데 하긴 하는 거야?” 이렇게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국민의힘)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승복하지 않는 정치’로 바뀌었습니다. 왜 승복하지 않느냐, 선거에선 패했지만, 우리가 국회는 아직 잡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불복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으면 웬만한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자리는 다 그만둬야 합니다. 무슨 이유로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마치 본인들이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된 것처럼 앉아 있는 분은 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대선에서 이긴 측이 한꺼번에 그런 자리들에 다 들어와서 새롭게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윤정부가 어떻게 보면 곳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까 일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또 우리 당내에서도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사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돌아왔는데...

▲그분들도 정치인인데 가만히 계실 수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께서 이제 누가 하는 게 좋고 그것이 효율적인지 판단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국정조사 경찰 수사 지켜봐야

-당권주자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속 시원한 심경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인구와 기후문제가 너무 중요합니다. 지금 대응을 잘못하면 위험합니다. 탄소중립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국제사회와도 우리가 표준을 만드는 데도 함께 참여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당장은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께서 중요한 일을 맡겨 주셨는데 제가 당권 운운하는 게 모양도 안 맞습니다.

전당대회를 언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당무감사를 한다고 하니까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하시고 싶은 분도 많으시니까 아직은 더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이 잘돼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이 잘되는 건 분명합니다. (출마에 대한)고민은 늘 하고 있는데, 뭐 제가 지금 딱 잘라 하겠다, 안 하겠다를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석됩니다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민심이 따른다’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제가 항상 그 민심이 그 민심인가라고 말합니다. 민심이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 대표가 민주당과 우리 당 둘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을 뼈아프게 하는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유 전 의원님은 오래 정치를 하셨고, 능력 있으신 분이시긴 합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당무감사 추진에 대해 ‘선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습니다

▲우리 정당이 요새 계속 비대위가 반복되는 게, 참 아픈 역사입니다. 그런데 비대위가 당무감사부터 시작한다면 아마 조금 전당대회를 늦추고 싶으신 마음인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필요성은 좀 있겠지만 그걸 과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정진상 정무실장이 14시간 동안 조사 받았습니다

▲공소장이나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많은 범죄 혐의가 이 대표에게 보인다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미 사실 대통령선거 때 나온 이야기들, 그것은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제기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그냥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봐서 ‘이 대표에게 범죄 혐의가 상당히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만둘 예의가 있는 분이라면 전당대회에 안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표 리스크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께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 지금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 두 가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인구와 기후,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의 존망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이것은 부위원장만이, 또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관이 같이 해야 하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 국민께서 이 두 과제에 모두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를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습니다. 정치가 좀 더 미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또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있는 자리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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