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경찰개혁, 공경청도 창설해야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11.21 10:50:53 호수 1402호

국제법상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에는 영토, 영해, 영공이 있다. 이 중 영토는 가장 핵심 영역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대부분 영토에서 살고, 영토가 없으면 영해도 없고 영공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해와 영공 중에서도 영토에 인접한 해역인 영해가 더 중요한 영역이다. 영해가 없으면 영해 위 영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영공은 영토와 영해 위 하늘로서 가장 큰 영역이지만 국가 영역 중 후순위에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을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한 군대를 통틀어 육·해·공군이라고 명명한다. 국가 영역의 중요도가 영토→영해→영공 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후배로부터 아들이 경찰 시험에 합격해 모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후배에게 “딸도 현직 경찰인데 아들까지 경찰이 됐으니,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경찰 가족 탄생을 축하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후배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우주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나는 후배 아들의 꿈이 바뀌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어려운 경찰 시험에 합격해 경찰이 된 후배 아들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경찰은 보안 목적을 위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및 사회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통치권에 의거, 국민에게 명령·강제해 그 자연적 자유를 제한하는 행정행위를 담당한다. 


원래 경찰의 업무는 보안 목적에 한정됐으나, 20세기에 들어와 국가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한 활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하면서 일반 공안의 유지 외에 복리증진에 수반하는 질서유지를 위한 권력적 활동까지를 포함하게 됐다.

경찰은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청 공무원이지만, 해수부 소속 해양경찰청 공무원인 해경도 있다. 해경은 해양 수색 및 구조활동 등의 경비 구난, 해상교통 안전관리, 해상범죄의 예방 및 단속 등의 해상치안, 해양오염 감시활동 및 오염사고 예방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우주과학자가 꿈이었던 후배 아들이 경찰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육지의 보안과 질서를 관리하는 경찰과 바다를 관리하는 해경은 존재하는데, 왜 하늘의 보안과 질서를 관리하는 공경은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국가가 대외적으로 보안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군대가 필요하고, 그래서 육군, 해군, 공군이 존재하듯이, 국가가 대내적으로 보안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도 필수적이므로, 육경(경찰), 해경과 함께 공경도 꼭 존재해야 하는 영역이다.

물론 인류의 생활무대가 주로 육지였던 시기에는 경찰만 필요했고, 그 후 인류의 생활무대가 바다까지 확장되면서 해경도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이미 수많은 여객기와 경비행기·드론 등 각종 기구가 하늘을 날고, 에어택시 보급도 눈앞에 있지만 인류의 생활무대가 영공까지 확장되고 있는 데도 공경이 없다.

이제는 하늘을 나는 각종 운송수단을 관리하고, 대기오염 문제 등 환경까지도 관리해야 하기에 영공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공경이 필요한 시대가 됐음을 현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 인류 비전의 방향이 육지에서 바다로, 그리고 바다에서 하늘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경의 필요성을 찾아야 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경찰 책임으로 전환하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경찰개혁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전 정부가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검수완박법을 관철시켰듯이 현 정부도 경찰개혁을 외치며 검수완박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참사 국면을 해경 해체 카드로 돌파하려다 낭패를 봤듯이, 현 정부도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경찰 책임으로 돌리면서 전 정부와 친한 경찰을 무리하게 개혁하려다 실패하면서 우리 국민만 피해보는 일을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10대였던 세월호 세대가 바다에서 참사를 당했고, 8년이 지난 지금은 그들이 20대가 되어 다시 이태원 세대로 육지에서 참사를 당했는데, 이제는 제발 그들이 하늘에서 만큼은 참사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경찰개혁의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바로 현 정부가 경찰개혁의 방향을 당장 이태원 참사만 생각해 근시안적인 개혁이나 현 정부에 유리한 길들이기식 개혁만 할 것이 아니라, 영역을 확대해 영해와 영공의 안전과 질서유지에도 만전을 기하는 큰 그림의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찰청을 행안부 독립외청으로, 해경청을 해수부 독립외청으로 두었듯이, 현 정부가 이번 경찰개혁을 통해 공경청(空警廳)을 국토부 독립외청으로 창설해 우리나라 영공의 안전과 질서유지까지 더 공고히 하면 좋겠다.

머지않아 공경청에서 우주과학자가 꿈이었던 후배 아들이 공경으로서 국가 영역 중에서 가장 큰 영역인 대한민국 영공에서 어릴 적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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