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방화 범죄, 불 지른 놈이 또 지른다

  • 이윤호 교수
2022.11.11 14:54:10 호수 1401호

방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조금 멀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대구 지하철 방화와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 방화, 가까이는 강릉 산불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화 범죄가 이어져온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강력범의 경우 20~30대에 범죄성이 정점으로 부각되는 데 비해, 대다수 방화범은 40~50대다. 지난 5년간 방화범의 53%가 40~50대였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심지어 60대 이상의 방화범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상당수 방화범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방화 이유는 대부분 ‘화를 참지 못해’ 불을 질렀다. 실제로 통계상에서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강도 범행은 28-30% 정도였으나, 방화 범죄의 주취자 비율은 매년 40%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화가 무서운 것은 일종의 다중살인이 될 수도 있는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방화를 살인·강도·강간 등과 함께 강력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역시 FBI 범죄통계에서 강력범죄와 유사한 개념인 ‘지표범죄(Index Crime)로 분류하는 이유다.

방화가 중요한 형사정책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방화범과는 아무런 관계도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마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소위 ‘묻지마 범죄’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일부에서는 방화를 강력범죄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꼽기도 한다.

놀랍게도 방화범은 그 검거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CCTV의 존재로 현주건조물 등의 방화나 도심 방화 등은 예전에 비해 검거율이 높아졌더라도 산불과 같은 방화는 여전히 범인 검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방화 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2020년 통계에서도 검거된 1196명의 방화범 중 92명이 이전에도 방화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다. 이 가운데 40명(43.4%)은 방화를 저지른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렇다면 방화범은 왜 방화를 할까? 전문가들은 방화의 동기를 중심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인 병적 방화 ▲범죄 증거인멸을 위한 방화 ▲증오와 분노의 방화 ▲경제적 이익을 위한 계획적 방화 ▲원한·치정·복수 등 개인적 동기의 방화 ▲모방범죄로서의 방화 등으로 유형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방화 범죄가 과거와 다른 형태를 나타낸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과거 정신장애 방화범은 전체의 14%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반면에 범행 시 정신상태가 정상인 경우가 44.3%, 주취상태가 41.7%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방화가 과거에는 ‘도구적 범죄(Institutional crimes)’, 즉 다른 범죄와 목적을 위한 수단과 도구로서의 방화가 많았다.

반면 최근에는 방화 그 자체가 목적인 ‘표출적 범죄(Expressive crimes)’로서의 방화가 늘고 있다. 표출적 성격의 방화는 대체로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 목적이며, 40~50대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세대가 인생의 굴곡이나 좌절을 더 많이 경험했고, 그만큼 분노와 증오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총기가 엄격하게 규제되는 국내에서는 증오의 표출 방법으로 방화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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