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긴급 인터뷰’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

2022.11.07 12:22:34 호수 1400호

“답이 있는데 풀지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언제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곤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로 핼러윈을 즐기던 156명이 사망했고, 187명(3일 기준)이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대부분은 20, 30대 청년들이었다. 



사고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거리 곳곳에서 구조대원, 시민 할 것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심정지가 된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 현재는 많은 이들이 참사의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순천향대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를 만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통제 중요

지난달 29일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실외 마스크 해제가 된 이후의 첫 핼러윈이었던 만큼 분위기를 즐기러 방문한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원 인파는 계속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찼다. 이때부터 사고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도 적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앞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지는 등 서로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인파에 깔리게 된 수많은 사람 대부분이 숨 쉬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청년인데 이들은 보통 심장에 문제가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호흡 곤란에 의한 또는 호흡에 어떤 마비로 인한 어떤 심정지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사고 발생 이후 시민들은 심정지가 온 이들에게 CPR을 시도했다. 그러나 살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은 전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도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다수 실려왔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웠던 순천향대 병원에는 8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의 환자 분류 및 이송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살릴 수 있는 환자부터 인근 병원으로 옮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위중한 환자들만 거의 이송됐습니다. 병원이 가까워 그랬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수술해서 치료가 가능했던 분들도 왔었으면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부분 좋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에 현장 진료소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위중한 환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심정지의 골든타임은 통상 4분 이내다. 의료진이 현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웠고, 이미 아수라장이 된 현장 속에서 4분이라는 시간을 지키기에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골든타임 놓쳐
사건 발생 전 미리 대책 세웠어야

“이번 참사의 경우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엉켜 구조 과정에서 끄집어내거나 희생자를 안정된 위치로 옮기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권역센터 및 사고 관련 보완책들이 마련됐지만, 또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대응 3단계까지 빠르게 격상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도로 통제, 시민 통제가 그랬다. 현장도 아수라장인 상태인데,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탓에 ‘책임’을 누가 지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소방 구조 시스템은 대부분 잘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통제와 정비입니다. 통제선을 만들어 애초에 예방했어야 합니다. 출구와 입구를 정하는 문제는 소방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재난에 관련된 부분으로 컨트롤타워가 아직도 미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력 배치는 사고가 터지고 난 뒤 신속하게 이뤄졌다. 다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 충분하게 예방과 대비책을 미리 세웠었는지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인력을 어떻게 배치한다까지는 어느 정도 마련돼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 단계, 즉 사고가 나기 전에 대한 부분이 지금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부상자들의 피해 정도도 심각한 편이다.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받았던 신체적 압박 등 때문에 다른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물건, 인파 등에 오랜 시간 근육이 눌렸기 때문이다.

“징후는 굉장히 분명했다” 
현장 구조자도 치료 필요

“부상자에 대한 처지 자체는 수술도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압박된 부위에 멍이 발견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 온라인상에 부상을 당해 멍이 다리 등 신체부위에 발생한 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분들도 망설이지 말고 검사와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구조하던 이들도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일손을 보탰던 시민들은 참혹한 광경에 그대로 노출됐다. 대부분은 더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빠진 상태다. 이들 역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 작업에 참여하셨던 분들도 얼마나 타격이 있겠습니까. 심리적인 부분을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도 차별을 둬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됐다. 신고 전화는 여러 번 있었다. 참사 관련 첫 신고 역시 ‘압사가 발생할 것 같다’는 취지의 전화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던 시간이자 경고였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고가 있기 전 미리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사고 안전관리 지침을 제정하고, 법적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공연장 재난 대응 매뉴얼 등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사고가 터지고 난 뒤다.


미리 대비해야

“사실 (참사의) 징후라는 건 굉장히 분명했습니다. 징후는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이건 답이 나와 있던 겁니다. 인원이 많이 모인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 미리 대비했어야 합니다. 주최 측이 없더라도 정부, 지자체에서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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