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화이트칼라 범죄의 위험성

  • 이윤호 교수
2022.10.28 11:57:34 호수 1399호

그간 범죄는 하류계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적어도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는 그렇다. 미국 FBI의 공식 범죄 통계인 ‘UCR(Uniform Crime Reports)’을 비롯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공식 범죄 통계는 하류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범죄를 범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전통 범죄학은 하류계층의 노상 범죄, 재산범죄, 또는 ‘낯선 사람(stranger)’에 의한 범죄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범죄가 하류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상류 계층도 다양한 범죄를 범하고 있으며, 그들의 범죄로 인한 피해는 하류계층 범죄 피해보다 심각할 때가 많다. 

중상류층, 소위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범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가진 자가 만든 법을 중심으로 하는 사법체계에 기인하거나 그들의 범죄 특성 때문이라는 게 ‘비판범죄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최근 비판 범죄학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엘리트들과 기업의 범죄에 경각심을 울리기 시작했다. 전통 범죄학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가진 자의 범죄가 하류계층 범죄자와 이들에 의한 전통적 노상 범죄보다 빈도와 피해 규모 면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FBI에 따르면 실제로 노상 범죄의 연간 비용이 150억달러인 반면에, 화이트칼라 범죄의 비용은 무려 1조달러에 이른다.

힘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는 광범위한 유형의 범죄적이거나 해악적인 활동, 행위 등을 함축하는 형태를 나타낸다.


여기에는 힘 있는 사람의 범죄는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직업 과정에서 범하는 사기, 횡령, 세금탈루 등 소위 ‘화이트칼라 범죄’, 가격담합·환경 범죄·과장·허위광고 등과 같이 합법적 공식 조직 내에서 의도적인 의사결정이나 태만 등의 결과인 ‘불법적 기업범죄’, 고문이나 권력과 권한의 남용과 같은 정부에 의한 정치적 범죄와 공금의 횡령과 같은 정부에 대한 범죄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와 정부에 의한 범죄’ 등이 해당된다. 

권력의 중요성과 작동하는 방식을 감안하면 형사사법의 불균형과 범죄와 사회적 해악의 문제는 그 심각성이 더 분명하게 관찰될 수 있다. 이들의 범죄로 인한 피해는 서민층이 입게 되고, 그 만큼 피해의 고통도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이들의 범죄가 제대로 관찰되고 평가되고 처리되지 않았을까. 엘리트 계층은 전통적 범죄자와는 너무 달라서 범죄자로 여겨지지 않았던 게 크다.

게다가 이들의 범죄는 눈에 잘 띄지 않고, 범죄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여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조차 모르기 쉽다. 피해가 알려지기까지 길게는 수십년에 이를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며 범죄 의도를 규명하기도 쉽지 않다.

또 사법체계를 잘 거치지도 않고, 거치더라도 빠져나가기 쉽다. 처벌되더라도 그 처벌이 경미하며, 그들의 법률위반이 형사가 아닌 민사로 처리되는 개연성이 높다. 

‘폰지(Ponzi) 사기’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월가의 ‘버니 매도프’, 미식축구선수 출신 유명 배우였던 ‘O.J. 심슨’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그야말로 ‘꿈의 팀’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명망 높은 공보회사를 계약해 자기들의 범죄 활동을 자선과 선의의 행동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이외에도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법정에 가지 않고, 발각되지도 않고 기소되지 않았던 사례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진 자의 범죄가 전통적 노상 범죄만큼 위험하고 무섭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이들의 범죄가 사회에 훨씬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