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국정감사’ 김문수 종북 발언 설전 속 파행

2022.10.12 16:47:13 호수 0호

정책 질의보다 정쟁에 매몰돼 상시국감 필요성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의 과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종북 성향’ 발언으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날 경사노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작년 ‘민주당 국회의원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윤건영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이들은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에 대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전 의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윤 의원에 대해 여러 가지 도를 넘는 표현이 있었다면 널리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해당 당사자인 윤 의원이 “생각에 변함없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맥락을 봐야 한다”며 “어떻게 그 부분이 표현됐는지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위원장의 애매한 답변에 야당 의원들은 “발언을 취소하라” “사과하라” “어떻게 국감을 진행하느냐”며 항의하며 소란스러워지자 전해철 환노위원장(민주당)은 “위원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당하면 계속 질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중재에 나섰다.

윤 의원은 “국감장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국회의원에게 ‘수령에 충성하는 사람이다. 그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건 국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저에 대한 인격 모독이고 사과가 없으면 더 이상 질의가 무의미하다”고 국감 중단을 요청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김 위원장을 거짓 증언에 따라 위원회 의결로 고발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감이 청문회 자리인 것 같다. 별개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우리를 보고 친일 국방이라고 했다”며 “우리도 모욕감을 느꼈지만 정치적 공방이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 위원장은 “오늘 감사 중지, 계속, 사과, 부인 등 논란의 중심은 김 위원장에 있었다. 원활한 국감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국감장에 계속 있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 김 위원장에 대한 퇴장 조치를 하겠다”고 퇴장을 명했다.

김 위원장이 퇴장하자 국민의힘 의원 전원도 함께 퇴장했고 민주당 단독으로 피감기관들에 대한 국감을 이어가 환노위 국감이 얼룩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정 주의자”라며 “이는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전 의원이 김 위원장의 과거 ‘더불어남로당’ 발언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도 주사파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가 정쟁에만 휩쓸려 결국 중요한 피감기관들에 대한 정책 질의 등 국감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매년마다 ‘국감 무용론’이 제기돼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국감에서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모든 질의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쏠렸던 바 있다. 

또 매번 국감 시즌마다 각 상임위를 막론하고 해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도를 넘는 증인 때리기로 지적받기도 했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을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러놓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국감장 풍경은 아니다.


국감 기간이 3~4주밖에 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수박 겉핥기식 감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상시 국감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 많은 피감기관들에 대한 국감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한된 시간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상임위원들이 피감기관장이나 기업 경영인들에게 고압적으로 질의하거나 망신주기 등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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