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총장의 총장’ 이원석 검찰총장

2022.09.26 15:14:05 호수 1394호

이래저래 욕만 먹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정계를 넘어 전 국민적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치공방 등 각종 문제로 130일 넘게 공백이 이어졌다. 결국 종전의 최장 기록(125일)을 경신한 뒤에야 이원석 총장 임명안이 재가됐다. 어렵사리 임명된 이 총장의 앞길은 난제 투성이다. 외적으론 검찰에 덧씌워진 중립성 논란을 확실히 진화하고, ‘식물총장’ 오명을 벗어야 한다. 아울러 조직 안쪽에선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발생할 혼란을 잠재우는 게 주된 숙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임명됐다. 지난 5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태 때 전임자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직을 던진 후 133일 만이다. 검찰의 컨트롤타워 자리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네 달간 공석이었다. 이 총장은 그동안 쌓인 난제들과 최근 불거진 논란의 해결까지 모두 떠안게 됐다.

중동고
서울대

이 총장은 1969년 5월14일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총명했다는 그는 광주동산초등학교·광주동성중학교·중동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7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동기다. 이 총장은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후로 수원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제주지검 부장검사, 창원지검 밀양지청장,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 및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흔히 말하는 ‘특수통’의 적자 계보를 이었다. 윤 대통령·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등 각 기수 최고의 특수통으로 인정받은 이들과 이력이 겹친다. 특히 윤 대통령과는 서울지검 특수1부장 이후 여주지청장을 역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총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2002년 대검 중수부에서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전달사건 수사를 맡았다. 2005년엔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삼성 X파일 사건 등을 수사했다.

당시 이 총장은 대검 검찰연구관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이 총장은 2007년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로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2011년에는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중수부 1과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당시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맡았다.

이후로도 이 총장은 대검 수사지원과장과 수사지휘과장 등을 거치며 활약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때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최유정의 청탁을 뿌리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자원외교 수사를 맡은 바 있다.

133일 만에 임명…‘특수통’ 낙점
한동훈과 동기…‘윤 사단’ 재건? 

2017년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부장검사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아울러 삼성과 롯데·SK 등 대기업의 뇌물 혐의 등을 수사해 최순실(서원)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여주지청장 재직 시절 해외 불법 재산 환수 합동조사단 초대 단장에 취임했다.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때 이 총장은 ‘검찰개혁 8개안’ 기획을 총괄해 법무부와 협상을 벌였다.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사단 해체’를 선언했다. 이 총장에게도 파장이 미쳤고 결국 수원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후로는 공공연하게 추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비판하는 검사들의 성명 발표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총장은 문재인정권 말인 지난해 6월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전보됐다.

문정권 후반 요직에서 배제됐던 그는 윤정권으로 교체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5월 그는 한 장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발령받았다. 발령에 앞서 김 전 총장이 사퇴했고, 이에 이 총장이 총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장기 공석 사태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고 전해진다. 내부 지지를 기반으로 외부의 날선 지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야당 측의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관여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했던 사항과 충돌한다,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에 “검찰총장 직무대리로서 총장 업무 전반을 대리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여러 인사안에 대해 수차례 소통했고, 이견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총장이 와도 참모들과 함께 바로 일하는데 부족함 없도록 준비해놔야 된다는 생각에서 인사를 단행했다”며 “(검찰)내외부에서 고르게 평판을 잘 받고 있는 분들이 보임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 등과 함께 검찰총장 하마평에 올랐다. 이 총장은 다른 후보군에 비해 몇 기수 아래였음에도, 윤정부 출범 직후부터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꼽혀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한 장관에 의해 검찰총장 후보자로 공식 제청됐다.

임명 강행
과제 산적

이 총장은 지명 직후 “검찰의 일에 비결이나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며 “저는 검찰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겸손하게 경청하고, 검찰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모든 힘을 다 쏟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회는 이 총장의 인사청문회를 이달 초 진행했다. 청문회에선 이 총장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오갔다. 청문위원들은 이 총장의 평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부 논란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이 총장은 청문회에서 “다주택인 적도 없고 위장전입한 적도 없다”고 발언했다. 이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이 후보자가)살아온 이력을 보면 굉장히 선비이신 것 같다”며 “골프채도 한 번 안 잡으셨고 굉장히 예외적인, 보기 좋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청문회 초반 “후보자에 대해 주변 평가가 좋은 것 같다”며 “겸손하다, 원만하시다,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역량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장에서 주로 언급된 논란은 수사 기밀 누설과 쪼개기 증여 의혹이다. 수사 기밀 누설 논란은 2016년 당시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던 이 총장이 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법원행정처 판사에게 수사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이다.

과거 검찰의 잣대에 비춰보면 이 총장의 행위가 기밀 유출에 해당하고, 문제가 크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사법농단 사건 당시 검찰이 기소했던 판사들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검찰은 판사 비리의 경우 기소 시점이 임박해서야 법원행정처에 통보한다. 기소 전에 이를 통보한 이 총장의 행위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총장은 국회 제출 답변서에서 관련 내용을 소명했다. 그는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이 전혀 아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국가 기능에 장애를 초래해야 하는데, 당시 비위법관의 재판 직무배제, 감사·징계, 탄핵 등 국가 기능의 유지를 위해 법원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통보한 것”이라며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될 만큼 엄정한 수사로 법관 비리를 단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쪼개기 증여 의혹은 이 총장의 두 아들이 미성년자였을 때 이 후보자 장모로부터 재개발 예정지 지분 일부를 증여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김건희·이재명 상반
중립성 논란 불거져

지난 2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은 각각 7살과 4살이던 2009년 외할머니 최모씨에게 서울 노량진동 토지의 지분 일부를 증여받았다. 해당 토지는 증여 당시 이미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었다.

이후 이 총장 가족은 완공된 아파트의 소유권을 나눠가졌다. 박 의원실은 “이 후보자 가족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한 적 없으며 재산증식을 위한 쪼개기 증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쪼개기 증여는 고소득층의 주된 절세 수법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장 측은 “후보자 장남 및 차남은 외조모로부터 외가가 있던 토지 일부 지분을 증여받았다”며 “증여세 등 관련 세금은 증여 당시에 모두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이 총장 청문보고서 채택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 총장 임명 절차는 답보 상태에 놓였다. 결국 지난 13일까지였던 1차 송부 시한이 만료되고, 이후 재송부 시한까지 지나자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건 이번 정부 들어 12번째다.

윤 대통령은 “정부 구성이 늦어진다는 지적과 이미 인사청문회를 완료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임명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식물 총장
벗어날까?

이 총장은 지난 16일 취임 일성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다. 그는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고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앞으로 수사 역량을 집중할 수사 부문으로는 ▲민생 침해 범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금융증권범죄 ▲구조적 비리 범죄 등을 꼽았다. 특히 한비자의 고사성어 ‘법불아귀’와 ‘승불요곡’을 인용하며 절제와 원칙을 주문했다. 각각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총장의 첫 공식 외부 일정은 경찰 방문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경찰청을 찾아 윤희근 경찰청장과 약 2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총장은 면담 전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과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 생명과 신체, 안전, 재산을 지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기관으로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고 협업해야 할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 중에서도 단연 시급한 해결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식물 총장’ 논란이다.

앞서 이 총장이 임명되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주도 아래 총 세 차례의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동시에 향후 취임할 검찰총장의 재량은 사실상 전무할 것이라는 ‘허수아비 총장’ ‘식물 총장’ 우려가 제기됐다.

더군다나 예상 후보군 안쪽에 있던 이 총장 후보 지명이 확정되면서 이 같은 비판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 총장의 후보자 지명 당시 “바지 검찰총장을 고를 것이었다면 무엇하러 이렇게 시간을 끌었다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직격했다.

수사지휘권 회수?
임기 내 승부수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직무대리 시절 인선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관련 논란을 완전히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명확히 입증할 만한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현 검찰 수사를 두고 이미 ‘야권 탄압’ ‘보복수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은 현재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전 정권과 관련된 각종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야당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시민프로축구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의 수사에 속도를 붙이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문제는 야당 측 사건과는 대조적으로, 현 정권과 얽힌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주범들이 지난해 말 기소됐다. 하지만 김 여사는 지금까지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이에 검찰의 중립성 위반 지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잔존한다는 점 역시 골칫거리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를 대거 복구하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향후 관련 권한쟁의심판과 국회 사개특위의 추가 법안 개정에 따라 검찰 직접 수사권 범위가 통째로 뒤바뀔 수 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불안정성을 안고도 구성원의 동요를 막는 동시에, 성과까지 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내몰렸다.

이 가운데 복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수사지휘권 복원’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가족이 연루된 일이므로 ‘공정성’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조치는 윤 대통령의 후임자에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장 역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총장은 지난 5일 청문회에서 “수사지휘권이 회복되면 책임지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일 이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회복한다면 이후 형세에 따라 식물 총장 논란과 중립성 논란 등을 단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에서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관련 특검 요구도 잠재울 수 있다.

다만 실제 수사지휘권 회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권한을 가진 한 장관이 이미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기 때문이다.

수사지휘권
돌려받나

이 총장도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수사지휘권 문제는 법률상으로 고려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모든 사건을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데 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일선 검찰청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당시 “국회에서 (수사지휘권 복원을) 도와달라”고 발언했던 것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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