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민주당, 한동훈 탄핵 딜레마

2022.09.06 07:00:00 호수 1391호

하고 싶고 할 수 있는데 못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얄밉다. 현재 의원님들의 약이 바짝 올라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의 중진 의원실 관계자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계속해서 물을 먹자 약이 많이 올라 있다고 전했다. 한 장관은 지난 몇 달간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수차례 입씨름을 벌였고, 언론으로부터 ‘승리’했다고 평가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아니꼽게 보기 시작한 것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임기 막바지부터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후, 적폐 청산 사건들을 처리하며 승승장구했다. 한 장관은 그런 윤 대통령의 승승장구를 바로 옆에서 도왔다.

전세 역전

박근혜 사법 농단 수사 당시 최순실 특검팀에서 결정적인 법 해석으로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한 장관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건에서도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주요 역할을 해냈던 것도 그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를 전담하기도 했던 한 장관은 이때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지지’가 ‘비난’으로 돌변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면서부터다.

검찰개혁의 칼잡이로 등용된 조 전 장관은 여러 가지 형태로 검찰조직을 개편하려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여러 비리 혐의점을 찾아내 대외에 알렸고, 그의 검찰개혁을 저지하려 노력했다.


둘의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 결국 검찰은 ‘조국 수사’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선봉장에는 한 장관이 있었다. 한 장관은 조국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쳤다. 끈질긴 언론 플레이와 수십번의 압수수색을 통해 결국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씨를 구속시켰고, 딸 조민 양의 고려대 입학도 취소시켰다.

대중의 절반은 한 장관의 수사를 지지했다. 리얼미터가 당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9%는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정당했다”고 대답했다. 불공정한 대학 입시와 조 전 장관의 ‘내로남불’식 대응에 대중이 뿔이 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에게 뿔을 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그를 낙마시키기 위해 모든 수를 동원했다. 이때 한 장관도 함께 미움을 받았다. 이후 한 장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네 차례나 좌천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그런 그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자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윤석열정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에 대한 자료 준비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탐탁지 않은 인사이기도 했고, 한때 ‘아군’이었던 기간도 있어 정보가 많은 탓도 있었다.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 장관의 ‘압승’이었다.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의욕만 앞선 실수를 남발하며 한 장관을 오히려 돋보이게 했다. 누리꾼들은 ‘이모 논란’과 ‘한국 쓰리엠’ 질의를 아직도 회자하며 민주당을 조롱하고 있다.

이후 박범계 의원과 만난 대정부질문에서도 한 장관은 박 의원의 고성 섞인 일갈에 대해 차분히 반박하며 호평을 들었고, 최근 최강욱 의원과 만난 법사위 전체회의 자리에서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최 의원의 ‘막말’을 이끌어냈다.

한 장관은 이런 ‘말싸움’에서 이길 때마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반대 진영의 원한도 많이 받았다.

한동훈에 연거푸 물 먹은 민 ‘복수 칼날’ 
특단 조치 강행? 역풍 등 부작용 우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사위 전체회의가 끝난 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의 답변 태도는 마치 미운 7살 같았다”며 “정작 중요한 법무부의 위법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자의적 해석만 반복해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몇몇 강성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정계 금기어인 ‘탄핵’까지 쏟아낸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미운 7살의 투정같이 보이는데 국회의원 개인이 묻는 게 아니라 국민의 물음”이라며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은 정치권에서 논의하기 전에 국민적 저항운동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든, 탄핵이든 민주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여러 사안들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며 “(탄핵은)여전히 주머니 속에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에 대한 탄핵에 긍정적인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만난 민주당 인사는 “강성 의원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중립 지대의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한동훈 탄핵에 긍정적”이라며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통과시킨 검수완박 법안을 한 장관이 시행령을 통해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아니꼽게 봤던 한 장관이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시행령으로 뒤집자 중립지역의 의원들조차 탄핵에 동조하는 뜻을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검수완박이란 간단히 말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를 경찰이 수사하게 하는 검찰개혁법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검찰은 6대 범죄 이외의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한 장관은 부패와 경제, 공직자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포괄하는 시행령을 제정해 발표했다. 6대 범죄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여기서 한 장관의 법해석 능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서 ‘등’을 법무부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한 장관은 “개정안 내 ‘등’의 취지가 대통령령에 범죄 유형을 구체화할 권한을 준 것이 명확하다. 시행령 개정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이뤄진 것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장관 탄핵은 재적 3분의 1 이상 발의에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 의석 수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다시 뒤집기?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제2의 윤석열을 만들어주는 꼴”이라며 “그렇게(한 장관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보좌진이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민주당은 탄핵을 하고 싶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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