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거대 양당이 중심이 된 정치판에서 군소 정당은 살아남기 어려워진 시대다. 그나마 있는 정당들도 네 편 내 편만 따지느라 당의 노선과 철학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개혁에 절실함을 느낀 열린민주당 구성원도 재창당을 준비 중이다. 당의 중심이 되는 구성원은 시민이다.
지난달 21일은 열린민주당이 재창당을 위해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의 결성 신고가 완료된 날이다. 과거 열린민주당은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고자 2020년에 창당했다. 후로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민주당에 흡수·해산됐다.
새로운 열린민주당의 노선과 포부를 듣기 위해 <일요시사>는 열린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김상균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열린민주당이 ‘재창당’합니다. 재창당하는 이유는?
▲재창당이라는 말에는 이전 정당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의미가 내포돼있습니다. 사실 재창당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대로인 점은 열린민주당이라는 정당 이름과 열린민주당을 구성했던 당원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창당은 시민의 다양한 목적 및 정치적 철학을 반영하는 정당이 현재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돼서입니다. 시민이 같이 모여서 시민의 정당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현재 준비 과정에 있습니다.
-열린민주당 구성원이던 최강욱·강민정 의원, 손혜원 전 의원, 정몽주 대표 등도 그대로 참여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진 않습니다. 저희는 정치인 중심이 아니라 열린민주당을 좋아했던 시민이 중심이 돼서 시민정당을 창당합니다. 다만 전문적인 경제영역에 일반 시민이 취약하기 때문에 열린민주당 주진영 전 최고위원을 고문으로 모셨습니다.
-열린민주당의 정치 노선을 알고 싶습니다
▲열린민주당은 다당제 정치개혁을 가장 큰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같은 경우에도 대선 기간 “결국은 다당제 정당 개혁이 돼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거대 기득권 양당은 같은 계열의 소수 정당이 출범할 때마다 회유나 혹은 협박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계속해서 흡수통합 과정을 보였습니다.
열린민주당의 목표는 결국 ‘다원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기득권 양당 체제가 존재하는 한 다수 시민의 여러 정치철학이나 삶의 가치를 담아낼 수 없습니다.
-민주당 계파 갈등 때문에 창당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심한 건 사실입니다. 민주당에서 친문(친 문재인)이 아닌 의원이나 정치세력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먼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명(친 이재명)계라고 하는 분들도 사실은 범친노(범 친노무현) 계이고, 범친문(범 친문재인)계입니다.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 “내가 친문”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강조하다 보니까 나눠져 있는 프레임이 작동된 겁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모든 분이 친노(친 노무현), 친문입니다. 친노 정치에서도 비판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고, 친문 정치에도 분명히 비판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상식적인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과거 열린민주당의 지지기반이던 40대가 열린민주당으로 넘어올지는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급하게 나아가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열린민주당이라고 하는 정당에서 일반 대중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당에서 해 주고, 또 당원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당원이 그 안에서 한국정치의 병폐가 아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온다고 하면 딱히 40대일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인 없이 시민으로만 구성
“지지하되 신앙화하면 안 돼”
20대부터 70대, 80대까지 새로운 정치세력이 되기를 원하는 주인정신을 갖고 있는 많은 분이 합류해주실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거대 양당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시작하는 어느 집단이나 그 희망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결국 대한민국 정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군소정당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움직일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하겠지만 그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혹은 민주당에서 ‘좀 더 개혁적인 시민정당이 있다’고 하면 그 개혁적인 시민정당을 지렛대 삼아서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국민의힘과 협상 과정에서 어떤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 지금 당장 그 역할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윤석열정부가 기존에 대한민국이 가진 시스템이 그렇게 약한 건가라고 하는 걱정이 들게 만드는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는 정제되지 않고 걸러지지 않은 행보를 보입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지지율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하는 이야기할 정도로 걸러지지 않는 시스템이 가장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하면 독재 국가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고, 내각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내각을 본인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채우고 또 정부 인사를 본인 측근으로 기용하고 있는 데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국민 비판이나 혹은 언론 비판을 그렇게 경시한다면 지지율은 더 빠르게 급락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거대 양당이 나뉘어 계속 싸우기만 합니다. 일부 시민들도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무결점하다’는 오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정부 같은 경우에도 그런 현상이 좀 두드러졌던 걸로 보입니다. 100% 완전한 정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문정부서도 실수한 부분이 있고 정책적으로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지지하는 시민이, 또 비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건강한 정치 지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을 지지는 하되, 정치인을 섬기고 신앙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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