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돌아왔다.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 위원장도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 위원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대세를 입증할 수 있을지, 아니면민주당 분열의 원흉이 될지 곧 결판난다.
한동안 칩거를 이어가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전격 복귀한 시점은 대선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나서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복귀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 이미지가 일찍부터 소진될 수 있는 탓이다.
안전한 길
전격 복귀를 타진한 이 위원장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도 분당갑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을 택함으로서 안전한 길을 걷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천상륙작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두고 도둑이 출마했다고 비아냥거렸다. 현재 이 위원장의 지지율은 기대에 못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반응에 민주당은 물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이 위원장과 민주당 지도부는 인천에 총출동해 유능한 일꾼론 프레임으로 이 위원장 띄우기에 나섰다.
현재 이 위원장은 많은 짐을 지고 있다. 선대위 수장 겸 출전 선수, 플레잉코치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정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앞으로의 정치 인생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노린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대장동 검찰 수사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이른바 ‘방탄용 출마’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에게는 여러 위기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제기됐던 의혹들이 재차 수면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경찰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즉시 이 위원장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그를 향한 수사 사안만 해도 4가지에 이른다.
대장동, 법인카드, 성남FC, 검사 사칭…
본격적으로 수사…지선 직후 운명 결정?
경찰은 지난달 4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 위원장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그가 경기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의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는 경기도 감사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별정직 5급이었던 배모씨가 언론을 통해 해당 의혹을 폭로하자 김씨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사적으로 법인카드가 유용된 금액은 수백만원에 이른다.
명심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도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대해 “명확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분명한 진상규명과 조사도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 위원장 입장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곤혹스럽다. 경찰은 지난 2일 성남시청, 지난 17일에는 두산건설 본사와 성남FC 구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당 의혹은 성남시장 시절 2015년부터 2년간 여러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광고비 160억원을 유치하고 건축 인허가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이 위원장은 뇌물죄 위반 혐의를 받아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영장에 적시돼있다.
대선 국면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대장동 사건도 피의자 신분인 처지에 놓였다. 대장동 원주민들이 이 위원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인 성남의 뜰이 도시개발법 조건을 무시한 채 화천대유와 수의계약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검사 사칭 사건도 이 위원장을 괴롭히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철호 KBS PD와 이 위원장이 공모해 당시 성남시장을 지낸 김병량 전 시장과 통화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은 사안이다. 대선 기간 이 위원장은 검사 사칭을 최 PD가 주도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최 PD는 이와 관련해 명예훼손죄로 이 위원장을 고발해 최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여러 사안들의 칼끝이 이 위원장을 향하면서 그가 관련 의혹들을 털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의 향방에 따라 이 위원장의 입지가 함께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다급하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을 추진했지만 아직 4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아있다는 점도 이 위원장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혹 해소 시 대세론 입증
극복 못하면 책임론 타격
윤석열정부 1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성남FC 의혹을 수사할 수 있냐는 질의에 기존 사건은 일반적으로 가능함을 암시했다. 한 장관의 발언이 특정인을 전제로 한 게 아닌 일반론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수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 지휘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특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의혹이 특검을 통해 다뤄진다면 큰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재인정부에서 좌천성 인사를 당했던 송경호 등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 검사들이 이미 서울중앙지검 등에 배치됐다.
과거 조국 사태 수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 중 한 명인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대장동 의혹 중 하나인 권순일 전 대법관 재판 거래 의혹 수사를 지휘한다.
해당 여파가 이 위원장에게까지 번질 경우 민주당 역시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당장 직면해 있는 지방선거만으로도 민주당 입장에선 버거워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2년 뒤 치러질 총선도 장담하기 어렵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민주당도 이 위원장의 운명과 궤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머쥔다면 이 위원장이 여전히 대세임을 입증할 수 있지만 패배로 인한 책임론에 휩싸일 경우, 차기 전당대회 출마마저 불투명해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시 친명(친 이재명)과 반명(반 이재명)의 세력 다툼으로 나아가 민주당이 분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험난할 길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이 위원장은 “빈 총 겨누며 헛소리하는 집단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그는 “인생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로 아무리 압박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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