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 A. H.)는 인간의 ‘욕구 단계설’을 통해 ‘안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 다음인 2단계 인간 욕구로 가정했다. 그러나 필자는 안전이 모든 인간 욕구의 전제조건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어떤 욕구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이 담보돼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범죄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삶의 질은 낮아질 것이다. 범죄로부터의 자유, 두려움 없는 삶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통적으로 형벌을 통한 범죄 통제 등 범죄자나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동기를 억제, 통제, 해소함으로써 범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범죄 동기는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 해결이 쉽지 않고, 동기를 가진 잠재적 범죄자는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다.
사실 범죄는 질병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최선이다. 가해자 중심의 범죄 억제를 통한 예방이 어렵다면, 잠재적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범행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최근에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책인 ‘CPTED’가 주목받고 있다.
CPTED의 역사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Jane Jacobs가 자신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시민의 삶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을 강조했다.
1972년 Oscar Newman은 <Defensible Space>라는 저서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범죄로부터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공간의 개념을 설파했다. 1978년 C. Ray Jeffery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을 저술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우리의 환경을 방어적으로 설계해 범죄의 발생 기회를 차단하거나 줄이고, 시민들이 더 안전하게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다. 감시를 강화해 개인이 범죄의 매력적인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추구하는 대로라면 경찰관을 늘리지 않아도 범죄를 저지르기 어렵도록 주변 환경을 바꿈으로써 범죄를 줄일 수 있다. 목동을 늘리기 전에 외양간부터 고치자는, 즉 경찰관을 늘리지 않고도 범죄를 줄이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CPTED는 몇 가지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1세대 CPTED는 가로등, CCTV 등 물리적 환경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것에 그쳤다면, 2세대는 주민 참여를 통한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 더해 주민 간 유대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물리적 환경은 지속적으로 유지 및 관리가 되지 않으면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사회개발을 통한 범죄 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Social Development)’이 그것이다.
최상의 범죄대책은 범죄의 사전 예방이다. 이는 범행의 동기를 해소하는 것이 1차적 해법임에도 해결되지 않아 동기가 부여된 범죄자는 계속 발생해 범죄의 해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다행히 CPTED는 기회의 제거를 통해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범죄 대체(Crime Displacement)라는 주장이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물리적 환경의 설계만이 아니라 사회개발을 통한 동기의 해결과 함께 하는 융합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환경설계와 사회개발을 총한 범죄 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and Social Development)’은 어떨까?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