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무슨 낯으로? 여가부 내부 성희롱사건 은폐”

2022.04.28 09:59:42 호수 0호

“성폭력 예방지침 준수 요구하면서 권고 어겨” 비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가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비공식으로 조사한 뒤 서둘러 징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여가부가 성 비위 사건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 성폭력 예방 지침을 마련하고 모든 기관에 해당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권고를 어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 편법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8일, 하태경 의원(국민의힘․부산해운대구갑)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가해자 A씨가 피해자 B씨를 강제로 포옹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성희롱을 했다.

이후 여가부는 가해자 A씨에게 경징계인 ‘견책(시말서 제출)’ 처분을 내렸고 10일 뒤 피해자 B씨는 개인 사유로 퇴사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행위나 일시, 장소 등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피해자 보호 등의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는 ‘여성가족부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이하 지침)의 공식 조사 절차를 따르지 않은 비공식 조사였다. 지침에 따르면 내부 성폭력 사건은 민간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조사․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하도록 돼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자체 조사하면 내부자나 위계구조 때문에 사건을 은폐 및 축소, 조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여가부도 규정을 어기면서 다른 부처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겠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 의원이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자 여가부는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에 지침대로 할 수 없었다”고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다는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통상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조사를 중지하려면 기록물이나 녹취 등 명시적인 동의서를 남겨야 하는데, 성폭력 예방 전담 중앙부처인 여가부는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공식절차를 ‘패싱’한 것이다.

피해자 요청으로 지침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가부가 제출한 사건처리 공식 절차는 피해자가 요청하면 조사를 중지해야 한다. 별도 비공식 조사를 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사건 은폐를 위해 거짓해명을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은폐 정황은 또 있었다. 가해자가 견책(시말서 제출)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고 난 뒤 피해자는 불과 10여일 만에 퇴사했다. 그 뒤 가해자는 성폭력 방지 부서에 배치됐다가 1년6개월여 만에 필수 보직기간(보통 3년)을 어기고 다른 부서에 재배치된 뒤 올해 승진까지 했다.

여가부는 승진도 퇴사도 모두 사건과 무관한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졸속처리 탓에 기본적인 2차 피해 방지 의무도 다하지 못했다. 여가부 공식 사이트에 가해자 A씨가 직접 출연한 ‘성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이 버젓이 공개돼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사안으로 공식 심의위가 개최됐다면 이 문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하 의원실은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영상의 게시 중단을 요구했다.

하 의원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가장 모범적으로 처리해야 할 정부기관이 치부를 들킬까봐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은폐했다”며 “여가부는 도대체 무슨 낯으로 다른 기관에 여성 보호와 성폭력 예방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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