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윤석열, 어떻게 안심 움직였나?

2022.03.03 10:23:12 호수 0호

이재명 “평화·통합의 길, 역사와 국민 믿고 꿋꿋이 걸어가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대선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날 안·윤 두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여망을 담아 국민통합과 대한민국의 미래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다”고도 했다.

그 동안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지리한 평행선을 달려왔던 두 후보가 이날, 극적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키면서 윤 후보 지지율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안 후보는 이번 단일화 선언으로 또 다시 대선 문턱에서 후보직을 내려놓음으로써 ‘철수 정치’라는 오명도 남기게 됐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일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합의문 내용을 거절하다가 전격 수용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을 바친 사람”이라며 “제 개인적인 어떤 손해가 나더라도 대의를 따르는 게 맞다”고 답했다.

당원 및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의식한 듯 “오늘 제 결심에 따라서 실망한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제3당으로 계속 존속하며 열심히 투쟁하기를 원하는 분도 많이 계실 것”이라며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윤 후보도 “저희는 제가 안 후보님과 국민의당 관계자분들께 이런 말을 드렸다”며 “‘제3시대의 원칙과 소신도 중요하고 정치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정치개혁에 투신해서 닦은 그 경륜으로 우리 국민의힘과 저와 힘을 합쳐서 국민의힘 철학과 가치의 폭을 넓혀주고 저희와 함께 새로운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아마 그동안 해오신 정치활동과 본인의 철학에 방향을 전환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며 “지난달 27일에 여러분께서 기대했던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것도 안 후보께서 그동안 제3지대에서의 소신 있는 정치활동을 지지해준 많은 분들의 헌신과 감사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 크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후보와 양당이 서로 합당하면서 국민의힘이 국민의 사랑을 더 받을 수 있게끔 가치와 철학이 확장될 것을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두 후보에 따르면 이날 작성된 단일화 공동선언문은 초안을 안 후보가 다듬었고 이를 전달받은 윤 후보가 “고칠 부분이 없다. 그대로 하자”고 흔쾌히 동의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해석에 따라서는 안 후보의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윤 후보의 수용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후보는 “우선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며 “선거에는 고개를 드는 순간 진다는 말이 있다. 단일화한 게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게 아니다. 더 겸허하게 노력해서 국민께 다가가 호소해야 선거 승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수위원회 운영부터 차기 정부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양당은 선거 직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예정이다.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 직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자리 나눠먹기 야합”이라며 비상체제 전환에 돌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찾아 정순택 서울대교구장을 만난 뒤 취재진을 만나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민생경제와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며 “20년 전의 경험 때문일까. 2002년 대선 하루 전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지지 철회가 있었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추진했던 저는 절망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치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마지막 도리로 노무현 지지성명을 내고 투표하고 나락 같은 깊은 잠에 빠졌던 저는 노무현의 기적을 TV로 지켜보며 펑펑 울었다. 그날 이후 정치공학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정치공학의 시대는 20년 전에 이미 끝났다. 공학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며 민심이 천심”이라며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야밤에 합쳤으니 윤·안의 ‘유난한 야합’이라고 해도 되겠나. 통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 승리를 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깜깜이 판세가 돼 버렸다. 아직 어느 쪽으로 민심이 움직인다는 건 가봐야 아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선언이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돌입을 해버렸으니 단일화로 인한 판세분석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거고, 각자의 주장만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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