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조광페인트 3세 불안한 홀로서기, 왜?

2022.01.21 10:44:10 호수 1358호

셋째 딸 나선 이후 뒷걸음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조광페인트가 좀처럼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침체된 본업은 물론이고, 쏠쏠한 수익원이었던 계열회사마저 활약도가 예년 같지 않다. 공교롭게도 조광페인트의 부진한 성과는 오너 3세가 전면에 등장한 이후 본격화된 양상이다.



1967년 1월 설립된 조광페인트는 목공·건축·공업·플라스틱용 도료 등을 제조하는 도료 전문 기업이다. 목공용 도료에서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파생되며, 건자재 업체를 공급처로 삼고 있다.

대관식 언제?

조광페인트는 송경자 회장과 양성아 대표로 이뤄진 모녀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모녀가 경영을 총괄하는 현 체제는 2015년 선대 회장이었던 고 양성민 회장이 별세한 직후 밑그림이 그려졌다.

양 대표는 양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2016년 3월 자로 아버지가 보유했던 회사 지분 일체를 상속받았다. 이전까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송 회장은 남편의 타계 이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조광페인트가 조만간 양 대표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양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지분은 양 대표가 확고부동한 그룹의 후계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근간이다.


2009년 처음으로 장내에서 자사주를 사들였던 양 대표는 양 전 회장이 남긴 지분 12.22%를 모두 상속 받으면서 지분율을 17.84%로 끌어 올렸다.

송 회장도 양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 회장은 지난 16일 양성아 대표에 주식 10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양 대표 지분은 18.62%로 늘었다. 올해 81세인 송 회장은 향후 양 대표에게 지분을 추가 증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양 전 회장과 송 회장 슬하 세 자녀 가운데 경영에 참여한 건 양 대표에 국한된다. 양 대표의 언니인 양은아씨(5.82%)와 양경아씨(5.73%)는 각각 2·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체제 전환 앞둔 모녀 경영…입지 확실한 막내 후계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래저래 안 풀리는 분위기

다만 양 대표가 경영 최전선에 등장한 이후 회사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는 점은 승계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양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한 후 2003년 회사에 입사했고, 2018년 3월 41세의 나이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조광페인트는 양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게 된 2018년부터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2017년 52억원이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이듬해 1억2100만원으로 급감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2.6%에서 0.1%로 떨어졌다.

하락세는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2019년 영업손실 3억64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이 이뤄졌고, 2020년에는 영업손실이 47억원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5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광페인트는 지난해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손실 전환도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조광페인트는 2020년 48억원의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조광요턴의 활약 덕분에 4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조광요턴은 2020년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고, 해당 실적은 조광페인트 연결 재무제표에 영업이익이 아닌 지분율이 반영된 순이익으로 적용됐다.

조광요턴이 거둔 영업이익이 조광페인트의 순이익으로 반영된 건, 조광요턴이 조광페인트의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선박용 페인트를 공급하는 조광요턴은 1988년 조광페인트와 노르웨이의 ‘요턴(JOTUN)’사가 각각 50%를 출자해 세운 합작법인이다.

관계기업의 경우 연결 영업이익이 아닌 순이익에 지분율만큼 적용된다. 


성과는 글쎄∼

하지만 지난해에는 조광요턴이 예년만 못한 활약을 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2020년 3분기 연결기준 89억원었던 조광페인트의 지분법 이익은 1년 새 32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지난해 3분기 조광페인트 연결 재무제표에는 순손실 73억원이 기재된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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