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버거킹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매각이 이뤄지면 현 주인은 적잖은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몸값이 당초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수익성이 악화된 현 시점에서 어떤 매각 결과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커지는 형국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운용사(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는 지난달 초 모건 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어피너티가 보유한 한국 버거킹(법인명 비케이알) 지분 100%와 일본 버거킹 매장 운영권이다.
팔릴 처지
어피너티는 2014년 조성한 4조8000억원대 아시아 4호펀드를 근간으로 VIG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016년 210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10월에는 버거킹 글로벌 브랜드를 소유한 캐나다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과 일본 내 버거킹의 매장 신설과 관리, 상품 개발 등 운영권을 총괄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또 롯데GRS가 보유하던 일본 버거킹 지분 전량도 약 100억원에 사들였다.
투자은행업계는 버거킹의 몸값이 5000억~60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년 전 어피너티가 지분 전량을 인수할 때와 비교하면 최대 3배 가까이 몸값이 급등한 셈이다.
버거킹의 몸값 상승은 확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 버거킹은 수년 전부터 매장 확대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2014년까지만 해도 200개를 밑돌던 국내 버거킹 매장 수는 2017년 3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400개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매장 수만 놓고 보면 경쟁자인 한국맥도날드를 추월한 상황이다.
매년 증가하는 매출 규모 역시 현재 거론되는 몸값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비케이알은 2016년 3276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매출 상승세를 나타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3.6% 증가한 5714억원이었다.
이는 설립 이래 최대치다.
사모펀드 인수 5년 만에 다시 매물로
덩치 커졌지만…곳곳 매각 불안 요소
다만 최근 수익성이 저조했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2019년 181억원에 달했던 비케이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4.9% 급감한 82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줄면서 2019년 3.6%였던 영업이익률은 1년 새 절반 수준인 1.4%로 떨어졌다.
또 2019년 59억원이었던 비케이알의 순이익은 지난해 -42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이뤄진 상태다. 비케이알이 순손실을 기록한 건 2017년(42억원) 이래 3년 만이었다.
이런 가운데 부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2017년 1660억원이었던 비케이알의 총부채는 2019년 3000억원대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3336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16년 113%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229.7%로 뛰어올랐다.
부채의 급증은 차입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7년 940억원이던 비케이알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128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차입금이 증가와 함께 빚에 의존하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졌고, 2017년 30%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44.4%까지 치솟았다.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도 버거킹의 몸값을 평가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000년 대 초만까지만 해도 버거킹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에 국한됐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등 신규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떨어진 위상
최근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외식업체들이 그리 각광받는 매물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지난해부터 TGI프라이데이스 매각을 추진했던 롯데GRS는 지난 6월에서야 매드포갈릭 운영사 엠에프지코리아에 국내 사업권을 넘겼다. 커피빈과 뚜레쥬르도 한 차례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사모펀드와의 가격 이견 차로 진행이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