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부부는 흔히들 ‘일심동체’라고 한다. 대권까지 남은 기간은 7개월. 여야 대권후보 배우자의 이른바 ‘내조 정치’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여권 대권후보들의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배우자 간 내조 전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배우자는 후보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다. 이들은 후보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참모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심동체
여권 내 후보들의 배우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 집결해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호남에서 승기를 쥐어야 경선에서 승산이 있어서다. 특히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배우자들이 든든한 아군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장 재빨리 움직인 건 민주당 이 전 대표의 배우자 김숙희씨다. 김씨는 지난 6월부터 매주 2~3일 호남에 머무르고 있다. 식당에서 일손을 거들거나 복지관, 요양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식이다. 꾸준한 활동 덕에 지역에서 호평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김씨는 차분한 이미지에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인 이 전 대표보다 붙임성이 더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엄근진(엄중·근엄·진지)'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캠프에서는 여성층과 호남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오른 건 김씨 덕분이란 농담도 나오고 있다.
그의 ‘집밥 내조’도 유명하다. 김씨는 이 전 대표의 전남도지사 시절 직원들의 식사까지 챙겼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남편이 보통 깐깐한 사람이 아니라, (직원들이)시달리니 밥 한 끼 자시고 잘 봐달라고 했다”면서 “내조라고 생각 안 하고 내가 즐거웠다. 밥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전 대표와 맞선 자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다. 김씨는 이화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뒤 당시 고등학교 미술 교사였다. 둘은 만난지 넉 달 만에 결혼했다.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이 전 대표의 공식 인스타그램 ‘숙희씨의 일기장’에 연재되고 있다.
만화에는 연애 당시 김씨의 감정이 그려지면서 ‘인간 이낙연’의 매력이 담겼다.
이에 질세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도 나섰다. 김씨 역시 지난 한 달간 호남 지역을 4차례나 오갔다. 이 지사의 ‘백제 발언’ 수습을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현직 도지사 신분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김씨의 호남행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졌다. 취재진을 피해 일정을 취소하는 등 언론 노출을 극도로 삼갔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진정성을 갖기 위해 조용히 비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며 “이런 조용한 행보가 호남에서 반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8년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인 ‘혜경궁 김씨’의 소유주로 지목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어서다.
여권 대권주자 아내들 뜨거워지는 ‘내조 정치’
경선까지 남은 2개월 김정숙 여사 벤치마킹
김씨는 2017년 SBS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이 지사와 부부동반으로 출연한 바 있다. 출연 당시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김씨의 젊고 밝은 이미지가 인상 깊었다는 평가다.
김씨와 이 지사는 지난 1990년 이 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을 무렵에 만났다. 김씨가 숙명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앞둔 때였다. 이 지사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사실 첫눈에 반했다”고 회상했다. 이 지사는 김씨에게 자신이 13세부터 써왔던 일기장을 건네며 청혼했다. 그렇게 둘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고, 김씨는 유학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됐다.
김씨와 이 지사는 최근 보기 좋은 금슬을 자랑하고 있다. 이 지사는 경선 TV토론에서 이상형으로 부인 김씨를 꼽으며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 아내를 만난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여성층에서 보이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이 지사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부인 최혜경씨도 호남을 찾았다. 최씨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동안 광주에 머물며 바닥 민심을 살폈다. 최씨는 좀체 얼굴을 비추지 않는 ‘그림자 내조’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총리가 굵직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공식 활동보다는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최씨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최홍준 선생의 딸이다.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중에 정 전 총리와 미팅에서 처음 만났다. 최 선생은 정 전 총리가 앞으로 대성할 것이라며 사윗감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최씨의 광주 일정을 수행한 정세균 캠프의 조오섭 의원은 “호남에서 정 전 총리의 인지도가 좋으니 여사님이 가면 반응이 좋다”며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당원들을 만나는 행보를 하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림자
이들의 호남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대선 당시 “호남의 맏며느리가 되겠다”며 구애에 나선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여사는 매주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아서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한 바 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권 후보들 내조는?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소연씨의 내조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전방위 선거운동을 지원 받고 있는 반면 윤 전 총장의 아내는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최 전 원장의 부인 이씨는 "지금까지는 당신이 나를 아껴주고 항상 도와줬는데 지금은 내가 도와야 할 차례인 것 같다”며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튜브 채널인 최재형TV에서 최 전 원장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 형식의 인터뷰를 하다 감정이 복받친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윤 전 총장의 배우자 김씨는 처가 논란, ‘쥴리 벽화’ 등의 논란으로 세간에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 공세가 거센 상황이어서 외부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윤 전 총장의 SNS 관리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