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고통은 피하려 하고, 기쁨은 즐기려 한다. 기쁨이 우군이라면 고통은 적인 셈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고통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젊은 시절 전쟁 영웅이 되어 수많은 훈장을 가슴에 매단 채 금의환향했던 저자는 그러나 고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환영 나온 줄 알았던 여인이 다가와 얼굴에 침을 뱉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전쟁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격심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저자는 마침내 평화의 수행자인 틱낫한 스님을 찾아 플럼빌리지까지 가지만, 베트남인인 스님들을 믿지 못해 텐트 주변에 부비트랩을 설치해 놓고 잠을 잔다. 삶의 막장에서 방황하던 저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옥의 문을 벗어나는지 책장을 넘기며 살펴보는 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지거나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낀다. 좋은 책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탄성을 토하며 읽고 난 뒤의 여운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