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한가한 주말에 여유롭게 쇼핑이나 할까 백화점에 갔더니…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 심지어 명품관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니, 나 빼고 다들 여기 있었던 거야?
격리의 시대는 가고 ‘보복 소비’의 시대가 왔다.
‘보복 소비’란, 코로나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소비 호황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 용어인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를 참고하여 만든 신조어다.
‘펜트업 효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억제된 수요가 그 요인이 해소되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자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폭발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MZ세대의 ‘명품 플렉스’다.
물품 구매를 통해 재력을 과시하는 MZ세대의 ‘플렉스 문화’가 코로나 팬데믹의 보복 소비와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명품 구매 증가율은 50%를 넘었고, 지난해 명품 구매의 절반 이상이 2·30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국내 백화점 매출은 2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3월에는 전년 대비 무려 77.6% 폭증했다.
보복 소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소비지표는 올해 40년 만에 가장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세계적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아마존’은 올해 연례 할인행사인 ‘프라임데이’에서 매출 13조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유통업계 전반이 보복 소비를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는 중이고, 증권가는 ‘보복 소비 관련주’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보복 소비로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소란의 뒷면은 씁쓸하다.
보복 소비는 ‘소비 양극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주 비싸거나 싼 제품에 극단적으로 매출이 몰리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몇 천만원대 상품을 사거나, 반대로 1000원짜리 물건을 산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역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자영업 위주의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침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뉴스에선 ‘소비 증대’와 ‘경기 회복’을 부르짖지만, 미디어의 사각지대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한숨짓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다.
팬데믹 선포 후 약 1년 반, 우리는 아직도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