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이 동결되더라도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영업자들의 절반(53.1%) 이상이 현재 최저임금(시급 8720원)이 경영에 많이 부담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72.2 %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53.9%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5~10%, 10~15% 인상 시 각각 11.8%가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변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폐업 고려는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높아 자영업자들이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최저임금 의견 조사
54% “현재 고용 여력 없다”
고용원이 없거나 가족이 근무하는 자영업자들의 40.6%가 현재도 폐업을 고려할 한계 상황이라고 응답해 나홀로 사장 자리마저 위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영업자의 23.6%는 지금 이미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1∼5% 미만으로만 인상돼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겠다는 응답이 27.2%를 차지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해결돼야 할 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경기회복(33.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코로나19 종식(31.5%), 정부 자영업자 지원 확대(19.6%), 최저임금제도 개선(14.7%)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5.7%로 가장 많았고,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16.2%였다. 1∼5% 미만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22.5%였다. 특히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숙박·음식점업(69.8%)과 도소매업(63.8%)에서 높았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최저임금 환산에 적용하는 노동시간에서 주휴 시간을 제외해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2018년 말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이제는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