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인터뷰 '젊은 피 선봉장 첫 대선 출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2021.05.24 10:13:16 호수 1324호

힘들고, 어렵고, 욕먹는 일 "내가 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역사 잊은 지혜는 잔꾀로 흐르고, 민심 잃은 정치는 술수로 흐른다.’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이 해금되면서 1988년 지하철 광고에 실린 문구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를 평생의 정치 철학으로 삼게 된다. 2021년. 까까머리 소년은 어느새 ‘할 말은 하는’ 재선 국회의원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빨리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빠른 것도 아니다. 다들 너무 늦다. 대선이 10개월도 안 남았다. 분명하게 의사를 표시하고 ‘국민의 검증대’에 올라서야 한다. 예비경선을 세게 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수도생활을 하시는 건지, 정치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측근을 통한 느닷없는 메시지 발표?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사안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계획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검증받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게 정치다. 5·18에 메시지를 내놓는 전직 검찰총장은 처음 본다. 

-간 보면 안 된다는 건가.

▲주방에 들어가서 국민들이 드실 요리를 해야 한다. 간만 보고 다니면 되겠는가. 인기관리하듯 적절한 멘트를 내놓거나, 그럴싸한 이벤트로 선출되겠다는 마음을 먹어선 안 된다. 

-대선 경선 연기론이 왜 제기됐다고 보는지.

▲충정이라고 본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너무 일찍 뽑힌다면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자로서 경선 일정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야기할 게 없다.

-경선 연기가 ‘이재명 흔들기’라는 해석도 있던데.


▲(단호하게) 관심 없다.

-문자폭탄 등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집단행동을 ‘위험천만하다’고 비판했다.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는 ‘선거도 행동하는 지지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이야말로 행동하는 지지자가 아닌가?

▲반대 의견을 말 못하게 하는 형태를 위험천만하다고 한 것이다.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작동원리다. 문자를 보내는 건 자유다. 하지만 문자로 ‘입을 다물어라’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막는 것과 같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도 관념적 접근은 경계했다. 관념적 접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벌 해체’ ‘재산 몰수’ 등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재벌은 무시할 수 없는 축이다. 그만큼 예민하게 접근해야 한다. 영화에서 무척이나 복잡한 폭탄을 해체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구부총리에게 ‘차르’ 수준의 권한 부여를 주장했는데.

▲저출산·고령화에 200조를 넘게 썼는데 인구 문제는 최악이다. 실패했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제도와 방식을 확 밀어붙일 수 있는 힘과 권한을 줘야 한다.

소신파·50대 기수론 “과감한 대통령 필요”
“표 무서워 말 못해? 정치인은 그러지 말아야”


-5년 단임제를 혁명 수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개헌인데 정국이 혼란스러워지지지는 않을지.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대표적이다. 너무나 많은 권력이 청와대에 집중돼있다. 임기 초반에 관련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이미 개헌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진행됐다.

-여야의 공감대는 형성돼있나?

▲정치권 합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대통령이 되면 그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치 기획은 개헌에서 출발한다.

-코로나19로 교육이 흔들린다. 초·중·고 학력 저하와 양극화는 현실이 됐다. 대응책은?

▲(잠시 고민하며)전면 등교를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통한 감염지수는 낮은 걸로 알고 있다. 교사 충원도 필요하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낮춰야 한다. 비대면 수업을 위한 첨단 교육 장비의 도입도 동반돼야 한다. 담임교사, 보조교사, AI(인공지능)교사라는 세 축이 필요하다.

-민노총과 한노총의 책임을 촉구했다. 어떤 책임인가.

▲내셔널센터(국가의 노조 중앙 조직)는 사회 해방을 통한 노동 조건 개선과 노동 관련 제도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최저임금문제, 노동자대표제, 노동자 경영참여 등이 대표적이다.

노조조차 없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총파업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틀을 잘 지키면서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에게 이들은 상당한 ‘표’일 텐데.


▲맞다. 경선 과정에서 잘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표 아쉬워서 할 말 못하고, 할 일 안하면 국가 지도자로서의 태도는 아니다. 한유총은 어떻게 건드리나. 표가 얼마나 많은데. 재벌총수한테 세금 내라고 어떻게 얘기하겠나. 힘과 로비력이 얼마나 강한데.

정치인은 적어도 자기 소신에 따라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당장 이익집단에게 욕먹는 게 힘들지만. 

-정치는 ‘대중의 욕망’과 ‘정치인의 열정’이 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는 불신의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

▲거대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려면 정치의 역할과 정치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와 타협을 통해서만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박수 받으려고만 하는 정치, 욕먹을 각오를 하려고 하지 않는 정치다.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과제들이 뒤로 밀리는 원인이다. 국민연금, 인구감소, 기후변화,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책상을 탁탁 치며)힘들고, 어렵고, 욕먹는 일들이라 자꾸 미룬다. 과감한 대통령이 필요하다. 

▲<일요시사>가 창간 25주년을 맞게 됐다. 한 말씀만 부탁드린다면?

-25년이면 건실한 청년의 나이다. <일요시사>가 국민들이 궁금한 문제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심도 깊은 추적기사, 해설 기사를 담아온 걸로 알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자극적 내용과 소재, 표현에 지쳐있다. 심도 깊은 취재와 분석을 담아서 언론의 역할을 잘 수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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