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1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호위 플랜

2021.05.10 11:48:56 호수 1322호

등에 칼 꽂을까 호흡기 달아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 임기 5년차, 정권교체와 정권 연장의 기로에 선 시기다. 역대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정권말 대형 비리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검찰총장은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호흡기를 달아줄 수도 있는 자리.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어떨까. 일단 청와대는 ‘우리 편’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지난 3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군 가운데 김 전 차관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지난달 29일 추천위가 김 전 차관을 포함한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지 나흘 만이다. 

4명 후보
투표 4위

김 후보자는 추천위 표결에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구본선 광주고검장에 이어 가장 적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사법연수원 20기)는 현직 검사가 아닌 점, 전임 윤석열(23기) 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점 등이 약점으로 평가됐지만 2019년에 이어 검찰총장을 목전에 두게 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김오수 후보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법무,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주요 사건을 엄정히 처리했다”며 “아울러 국민 인권보호와 검찰개혁에도 앞장섰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조직 안정을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구성원과 화합해 신뢰받는 검찰, 민생 중심의 검찰, 공정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후보자는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1년 사법연수원을 20기로 수료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3명의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2년간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문정부의 검찰개혁에 발을 맞춘 부분이 강점으로 꼽혔다. 

김 후보자는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꼽힌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문정부 주요 요직의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이다.

18기→23기→20기 기수 역전
요직마다 최종 후보로 거론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마 공직자 후보의 최대 노미네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지명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 국민의힘은 ‘정권의 호위무사’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인사청문회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 역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그의 정치적 편향성이 청와대의 검찰총장 지명에 있어서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앞서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을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인사’라는 점을 들어 거부했을 때와도 상황이 달라졌다.

김 후보자의 친정부 성향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이후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인사, 정권 관련 수사, 김 후보자 본인이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사건들인 만큼 김 후보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될 고위급 검찰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언급되다가 목전에서 낙마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김 후보자를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한 이유에 이 지검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여 성향
유리했나?

김 후보자는 4명의 최종 후보군 가운데 유일하게 이 지검장(23기)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다. 조남관(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등으로 김 후보자가 아닌 3명 가운데 검찰총장 지명이 이뤄졌다면 이 지검장은 검복을 벗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18기(문무일 전 검찰총장), 23기(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다시 20기(김 후보자)로 기수 역전을 감행하면서 이 지검장의 유임 확률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수 역순환에 대해 “기수가 높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18기(문무일)에서 23기(윤석열)로 뛴 게 좀 파격적인 인선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쌍두마차로 검찰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내부에서 정권 관련 수사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이 지검장은 정권 관련 사건을 막아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지검장을 가리켜 ‘방탄 수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초부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요청을 수차례 거부해 마찰을 빚었다.


이 지검장이 조직 내 신망을 잃은 사건이다.

정치적 중립
시험대 올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등 정권 관련 민감한 수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들이 김 후보자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상황이다. 법조계가 해당 사건들에 대한 김 후보자의 의중에 관심을 표하는 이유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무난하게 취임한다고 해도 한 달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때까지 수사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총장 임명 직후 검찰인사가 단행되면 수사팀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수사팀이 속도를 내는 것과는 별개로 사건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두 달 넘게 보강 수사를 벌이고, 최근 채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은 2019년 3월 이른바 버닝썬 사태를 덮기 위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조사 사건을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건화됐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 진상조사단 8팀 관계자들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초까지 6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만날 때마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가 통화한 기록이 나왔다. 검찰은 조작 또는 왜곡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윤중천 면담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이 비서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정부 성향’ 이성윤과 쌍두마차
검 인사·정권 수사에 관심 집중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도 연루돼있는데, 이 사건에는 김 후보자 역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포함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일절 보고를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본인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총장으로 취임해도 법령과 규정에 따라 회피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재직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불거져 나왔던,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대검에 윤석열 전 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한 사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실행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김 후보자의 제안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방탄 총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성향 변호사 모임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서는 김 후보자를 두고 “중립성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후보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6일 “일선 검사장과 대검 부장검사, 법무부 차관을 한 만큼 수사와 행정에 두루 밝아 검찰 수장이 될만한 자격을 갖춘 분”이라고 김 후보자에 대해 평가했다.

김 후보자가 친정부 성향이라는 지적에는 말을 아꼈다. 

김학의 사건
발목 잡히나

박 장관은 김 후보자 취임 이후 단행될 검찰인사에 대해 “촘촘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잘 협의하고 의견을 들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공식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도 잘 받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인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의견청취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법무부는 최근 사법연수원 27~31기를 대상으로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검사장·차장검사 승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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