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2006년 4월의 일이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이 당내 경선에서 맹형규 의원을 제치고 후보로 확정되자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유례없는 정책 경쟁의 장이 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언급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동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전 해인 2005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한나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한다.
그 조건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 일로 인해 분열의 기로에 있던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아사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속된 표현으로 동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이 개를 후보로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말이 떠돌아다닐 정도로 노무현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극을 달리고 있었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동 선거의 최대 이슈로 당연하게도 노무현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정권 심판론으로 몰아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은 상기 발언을 토해냄으로써 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오세훈은 그동안 축적돼있던 신선한 이미지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고 본선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여하튼 당시 오세훈의 발언 중 ‘본말이 전도되다’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별되지 않거나 일의 순서가 잘못 바뀐 상태가 되다’를 의미하는데 오세훈은 지방선거와 정권을 연계시키는 일은 지방선거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로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변했다.
최근의 일로 시선을 돌려보자.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오세훈의 선거 전략은 단 한가지로 요약된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실패를 표적으로 삼아 정권심판론을 최대 이슈로 선정했다.
이제 지방자치에 초점을 맞춰보자. 지방자치는 지방 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자신의 행정사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국가의 업무를 처리하는 중앙정치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이와 관련된 법 조항들 인용해본다. 먼저 공직선거법 제1조(목적)다. 동 조항은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히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 17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로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 3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원 개념에 더해 세 가지 법 조항을 인용했는데 이를 살피면 지방선거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즉 중앙정치와는 완벽하게 선을 긋고 자치단체의 주민들에 의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작금에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살피면 2006년 오세훈이 언급한 ‘본말전도’가 무색할 정도로, 차라리 ‘주객전도’라 표현함이 타당하다.
아울러 서울시민을 기망해 당선된 오세훈에게 지방선거의 ‘본말’이 무엇인지 묻는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