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아프니까 청춘’의 또 다른 이름 ‘더블패티’

2021.02.15 11:40:10 호수 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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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김난도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신드롬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일종의 힐링 서적으로 분류된 이 책이 신드롬급 인기를 끈 배경은 20대 초‧중반이 가진 불안감을 이해하고 공감한 덕분이다. 



사회에 소속되기 이전의 20대가 가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대다수가 느끼는 두려움이다. 책은 20대에 놓인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 대다수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위로한다. 그 위로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놓인 20대에게 던져질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많은 독자가 안도감을 얻은 건 사실에 가깝다. 

신인 감독 백승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 <더블패티>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정서와 궤를 같이한다. 앵커를 꿈꾸는 20대 이현지(배주현 분)와 국내 최고 씨름 유망주였다가 깊은 우정을 지닌 코치의 사망으로 정신적인 기반이 무너진 강우람(신승호 분)이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면서 삶의 의지를 다진다는 내용이다. 

부패한 언론을 고발하는 기자 출신 아버지를 둔 현지는 가난한 환경 때문에 낮에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햄버거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은 시간을 쪼개가면서 언론고시를 준비한다.

가족보다 더 깊은 우애를 지닌 코치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씨름을 포기한 우람은 친구의 소개로 술집에서 일명 ‘어깨’ 역할을 맡아, 진상 손님을 처리하거나 떼인 돈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인으로 올바른 몸가짐이 몸에 밴 우람에게는 영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승호는 같은 동네에 살던 현지를 보고 첫눈에 호감을 느낀다. 이후 현지가 햄버거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매일 밤 더블패티 버거를 시키는 단골손님이 된다.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다. 힘든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현지의 모습을 보며 승호는 포기하려 했던 씨름을 다시 시작한다. 


불안함을 지닌 20대 두 남녀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더 나은 삶을 나아간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골자다.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보편적인 20대가 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야기만으로 묵직하게 끌고 간다. 

현지와 승호의 각기 다른 상황을 교차하면서 두 가지 20대들이 겪을 어려움을 매끄럽게 묘사한다. 일부 장면에선 고난이도 시추에이션 유머를 구사하며 미소를 짓게 한다. 현지를 통한 앵커 준비 과정과 씨름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이 눈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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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분명하지만, 영화는 매우 중요한 일부를 놓친다. 먼저 위로를 전하는 과정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은 보이지 않는다. 인물 간 오고 가는 대사 속에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없다. 다소 뻔하고 진부하다. 

멋진 어른으로 묘사되는 문희정(정영주 분) 앵커의 설정이 갸웃거리게 한다. 스타 앵커인 문 앵커는 방송사 집단파업 당시 내부에 남은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언론인을 꿈꾸는 후배들이 모인 강연에서 “내부에 남아 싸우겠다”는 이유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히는데, 정작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권력과 싸웠는지는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단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채 방송사 고위직에 앉은 그가 권력과 정면으로 싸운 아버지를 둔 현지에게 귀감을 주는 부분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희정과 현지 사이에서 공감이 되지 않다보니, 후반부 원하는 직업을 얻은 현지에게서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좀 더 세심한 서사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죽은 코치에 대해 연민이 있는 우람이 감독과 만나 오해를 푸는 과정은 체육관의 울림이 너무 커 대사 자체가 잘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불친절하게 전개된다. 우람의 삶에 매우 큰 부분이었던 감독 간의 오해가 정확히 묘사되지 않아, 씨름을 다시 시작하며 전환기를 맞는 우람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논란을 겪은 배주현(아이린)의 첫 데뷔작이다.

좋지 않은 이슈 때문에 매섭게 그를 노려보는 관객이 적지 않으리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연기는 비교적 합격점에 가깝다. 매우 준수하게 20대 사회 초년병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대사량을 적은 편이고, 이미지 컷을 최대한 많이 활용한 부분, 딱히 감정신이 없었다는 점에서 연기적인 재능을 명확히 평가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맡은 배역을 매끄럽게 소화한다. 

<더블패티>의 화자 역할을 맡은 신승호는 씨름 선수 이미지에 걸맞은 체격과 굵직한 보이스로 매력을 드러낸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것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강인한 남성상을 가진 신예의 등장이다. 

코로나19로 그럴듯한 신작이 거의 없는 영화계에 단비 같은 영화다. 비록 장단점이 나뉘지만, 2시간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겉은 웃고 있지만, 속에서는 두려움이 큰 20대에게는 힐링의 요소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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