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한미반도체 2세는 지금…

2020.07.27 10:12:58 호수 1281호

한솥밥 먹다 너 한 입 나 한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미반도체는 일찍이 승계를 매듭지었다. 1남4녀 중 막내아들이 경영권을 쥐었다. 누나들은 잠시 한미반도체서 근무했을 뿐, 현재는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다. 다만 별도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이들은 더 철저히 각자의 길을 걷는 듯하다. 왜일까.
 

▲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창업주는 곽노권 회장.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시장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성장을 거듭한 끝에 세계 각지에 300여개 고객사를 두고 있다. 특히 회사는 비전플레이스먼트(반도체 후공정서 칩을 절단하고 검사하는 작업) 분야에선 적수가 없다.

40주년
국산화

한미반도체는 2세 경영에 돌입한지 오래다. 곽 회장은 슬하에 1남4녀를 뒀다. 경영권은 막내아들 곽동신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1974년생으로 24세에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33세에 대표이사가 됐다.

곽 부회장은 부친과 함께 3년 정도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전문 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주총서 보장받은 임기까지 채운다면, 곽 부회장은 15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한미반도체 실적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했다. 3년간(2017∼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73억원서 2171억원으로 올랐다가 1203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5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13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이익은 95억원서 492억원으로 수직상승한 뒤 19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성적은 기대할만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96억원이었다. 직전년도에 비해 100% 이상 성장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서 74억원으로, 순이익은 5억원서 76억원으로 치솟았다.

잠정 발표된 2분기 성적표는 한 차례 더 개선됐다. 누적 매출액은 101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12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억원서 2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미반도체서 곽 부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공고하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단연 곽 부회장으로 3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친인 곽 회장이 7.9%로 2대주주다.

곽 부회장 누나들은 1.85∼2.17% 사이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미반도체 내에서 특별한 직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과거엔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한미인터내셔널’이라는 화장품 도소매 업체를 통해서다.

빠르게 시작된 후계 경영…막내아들이 책임
딸들은 개인사업…한 때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설립출자와 유상증자에 4억7400만원을 사용했다. 이어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보유 지분은 40%였다.

한미반도체 수장이 외아들이라면, 한미인터내셔널은 딸들의 회사다. 대표이사는 셋째 곽영미씨다. 영미씨는 회사가 설립된 지난 2009년부터 대표였다. 넷째 곽영아씨는 사업 초기부터 감사와 사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부대표다.

둘째 명신씨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등기임원이었지만, 현재는 근무하지 않는다.

한미인터내셔널은 사업 초기에 한미반도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0년 ‘기업운영자금’을 명목으로 한미인터내셔널에 채무보증을 서줬다. 또한 경영지원을 위해 한미반도체 상무를 한미인터내셔널 이사로 겸직시키기도 했다.


본사 지원을 받은 한미인터내셔널은 초반에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설립 첫 해 순이익은 1억원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억원, 6억원, 10억원, 3억원으로 무난했다. 하지만 곧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 한미반도체 제품 EMI SHIELD

2014년 영업손실 7억원이 발생했다.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일로였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손실은 12억원, 17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7년 한미인터내셔널 지분 전량을 돌연 소각했다. 값을 후하게 쳐주거나, 헐값에 팔지 않았다. 초기 사용된 비용 4억7400만원에 그대로 매각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 다양한 관측이 모인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채무보증과 인력 제공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그 결과 한미인터내서널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한미반도체는 지분을 매각해 한미인터내셔널을 독립시켜줬다. 남동생이 누나들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독립성까지 부여해줬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분 매각 시점이 공교롭다. 한미인터내셔널서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한 바로 이듬해다. 그런 까닭에 사실상 퇴출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불어나는 적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독립?
퇴출?

한미반도체 보유 지분은 영미씨, 영아씨에게 돌아갔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 지분을 각각 90.5%, 9.5%씩 갖고 있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개인회사로 뒤바뀐 셈이다.

한미인터내서널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성적표를 보면 그렇다. 2018년과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영업손실은 5억원, 6억원으로 순손실은 5억원, 5억원으로 계속됐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였던 2016년 매출은 100억원 단위였다. 이듬해 계열사서 제외되면서도 매출은 50억원을 상회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껏 위축된 모양새다.


다만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영미씨 등은 한미인터내셔널을 계속 이끌고 있다. 현재 회사는 ‘오드리앤영’과 ‘쇼달’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오드리앤영은 미용품을 주로 다룬다. 다른 회사에 제조를 맡기고 이를 판매하거나, 타사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형식이다. 개설 시기는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판매 중인 상품은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후기는 긍정적이다. 제품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주 사무소는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는 영미씨다. 계좌이체 결제를 위한 계좌번호도 적시돼있으며 예금주는 한미인터내셔널로 확인된다. 오드리앤영 홈페이지 하단에 적시돼있다.

쇼달도 오드리앤영과 유사하다. 다만 더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한다. 쇼달은 온라인 편집숍에 가깝다.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부터 유아제품, 반려동물제품, 그리고 책과 그림까지 판매한다. 쇼달도 한미인터내셔널을 주 사무소로 등록해뒀다.

계좌번호는 오드리앤영과 같고, 예금주도 한미인터내셔널로 대표 역시 영미씨다.

한미인터내셔널서 주력으로 삼는 곳은 오드리앤영으로 추정된다. 한미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는 쇼달이 아닌 오드리앤영으로 등록돼있다.

매년 적자 보다가 이탈, 회복은 글쎄
서로 접점 없어…아들 따로, 딸 따로

최근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반도체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이전에도 주식을 판 전력은 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처분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영미씨는 올해 1월부터 주식을 매도했다. 3차례에 걸쳐 8만주를 팔았다.

한동안 뜸하던 매각 소식은 5월에 전해졌다. 같은 달 영미씨는 9만5000주를 5회에 나눠 매각했다. 이번 달에는 4차례에 걸쳐 7만5000주를 정리했다. 모두 25만주였다.

기존 영미씨 보유 지분은 140만8123주였다. 지분율은 2.46%였다. 처분에 따라 지분은 115만8123주로 감소했다. 지분율은 2.24%로 줄었다.

영아씨도 비슷한 시기 처분에 나섰다. 지난 1월 8차례에 걸쳐 9만5000주를 소각했다. 5월에는 2회에 나눠 3만주를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 6차례에 17만주를 정리했다. 모두 29만5000주였다.
 

▲ 오드리앤영 로고

영아씨는 이전까지 138만6897주, 2.42%를 갖고 있었다. 매각 결과, 주식 수는 109만1897주로 줄었다. 지분율도 1.85%로 감소했다.

영미씨와 영아씨가 지분 정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가능성은 사업자금이다. 영미씨와 영아씨는 주식 처분으로 상당한 자금을 취득했다. 영미씨는 18억원, 영아씨는 26억원을 벌었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에 나설 발판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사업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인터내셔널 사업 목적은 무척 다양하다. 여건만 개선된다면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을 수 있다. 앞서 확인된 사업 외에 인테리어 공사, 사업지원 서비스, 물류 운영 대행, 부동산 매매·임대·전대업 등이 있다.

수익 다각화 전략의 필요성도 설득력을 더한다. 한미인터내셔널은 기존 사업서 특별한 성과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미반도체 계열사서 제외된 이듬해부터 매출은 10억원 안팎을 맴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할 뿐이다.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주식 매매는 개인적인 일로 속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주식 처분
갑자기 왜?

영미씨와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 외에 또 다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사명은 ‘에이치엠트레이딩’이다. 사업 목적은 한미인터내셔널과 겹친다. 지난 2013년 4월 설립됐고, 자본금은 2억원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철저한 영미·영아씨 개인회사다. 한미인터내셔널 역시 이들의 개인회사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하지만 에이치엠트레이딩 등기임원은 영미씨와 영아씨뿐이다. 나머지 자매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주주도 이들뿐이다. 영미씨와 영아씨에게 각각 60%, 40% 지분이 있다. 영미씨가 대표를, 영아씨가 부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인터내셔널과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주소지가 동일한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설립 이듬해부터 한미인터내셔널과 함께했다. 그 후로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장을 옮길 때마다 에이치엠트레이딩도 같은 날에 움직였다. 이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실상 한미인터내셔널 자회사와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거래처서 제품을 받아 한미인터내셔널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였다. 한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쇼달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이치엠트레이딩은 미국 친환경 생필품 기업 ‘세븐스제너레이션’의 한국 공식 유통업체다. 쇼달에서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품을 판매한다. 제조업자는 세븐스제너레이션, 제조판매업자는 에이치엠트레이딩으로 분류된다.

최근 실적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적표는 찾아볼 수 있었다. 3년간 매출액은 11억원, 10억원, 1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했다. 영업손실은 8억원, 10억원, 3억원이었다. 순손실은 10억원, 12억원, 8억원으로 매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에이치엠트레이딩과 한미인터내셔널이 사업적으로 동행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최근 실적은 예상해볼만하다. 2014∼2016년 에이치엠트레이딩 성적표는 한미인터내셔널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한미인터내셔널도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미인터내셔널 최근 실적은 아직 저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에이치엠트레이딩 역시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남매끼리 제 갈 길을 걷는 모양새다. 곽 부회장은 일찌감치 한미반도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영미씨, 영아씨는 한미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도생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한미인터내셔널은 한때 한미반도체 계열사였지만 곧 분리됐다. 영미씨 등은 최근 한미반도체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도 했다.

아들, 딸…
따로 따로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영미씨나 영아씨가 급작스럽게 한미반도체에 입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미씨는 한미반도체 계열사 ‘한미네트웍스’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감사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경력은 없었다. 영아씨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미반도체 이사 재직이 마지막이었다. 곽동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미반도체 승계는 이미 끝났다. 별다른 분쟁 없이 ‘잘 돌아가는 회사’에 변수를 얹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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