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필자의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소설 한 번 써보자.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절제되지 않은 발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글의 소재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며 ‘하나는 그게 실제로 대통령의 뜻에 따른 행동일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그게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 차기대권을 노리는 추미애 장관의 돌발행동일 가능성’이라 했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너무 비약하고 있다. 정치판 출신 소설가인 필자가 살필 때 추 장관의 공격적인 발언과 행태는 진 전 교수가 주장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추 장관의 격한 발언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서 주최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에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해 보면 된다.
그 자리서 문 대통령은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TF를 출범했다”며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돼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바로 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당부한 일이 추 장관의 분노의 진원지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협력 관계가 아니라 상명하복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법 제32조(법무부) 인용한다.
1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로, 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비록 장관급이지만, 검찰청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두 기관을 동등하게 여기고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니 추 장관이 열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대목에서 추 장관의 분노의 표현을 인용해보자.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며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추 장관의 발언을 상세하게 살피면 윤 총장에 대한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라먹었다’라는 표현도 그렇지만, ‘랍시고’라는 표현은 윤 총장을 인간 이하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랍시고’ 뒤에 반드시 따라붙어야 하는 ‘지랄하고 자빠졌네’ 류의 표현을 상기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했는데, 이는 단순히 윤 총장에 대한 분노를 넘어 공식석상에 사시 24회 판사 출신인 법무부 장관과 사시 33회 검찰총장을 동등한 관계로 언급한 문 대통령에 대한 분노로 살펴진다.
문득 이 대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그리고 차지철 전 경호실장의 삼각관계가 떠오른다. 박 전 대통령의 차 전 실장에 대한 의도된 편애로 인해 김 전 부장은 사면초가에 갇히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일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의도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순수한 의도로 두 기관의 협력을 당부했지만, 추 장관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하여 추 장관의 독기 서린 발언은 차라리 문 대통령을 향한 반란으로 비춰진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