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노원구를 배워라!

2020.03.23 10:38:44 호수 1263호

지난 12일 저녁 8시30분 무렵이었다. 직장서 퇴근해 자택(노원구 상계1동)서 쉬고 있는데 다급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초인종이 있는데도 굳이 대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기에 앞서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통장입니다”라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원구청서 거주 주민들에게 1인당 두 장의 마스크를 통·반장을 통해 무료로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필자로서는 통장의 방문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문을 열어줬다. 

그러자 “마스크 드리러 왔습니다”라고 방문 용건을 짤막하게 말하고 노란 봉투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들자 그녀는 황급히 옆집으로 이동해서 다시 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뒤를 바라보며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봉투를 개봉했다.

봉투 안에는 마스크 6매와 ‘코로나 예방 수칙’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이번은 14일 토요일의 일이다. 오전 9시30분 무렵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근처 약국을 방문했다. 직장 문제로 필자에게 해당되는 날은 약국을 방문하기 힘들었던 터였고, 그 약국에선 오전 9시부터 판매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했던 터였다. 

약국에 도착하자 출입문엔 공적마스크가 매진됐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약사에게 마스크 구입을 문의하자 인근에 있는 약국서 11시부터 판매할 예정이니 그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구입이 가능할 것이라 했다. 

약사의 친절한 안내를 듣고는 잠시 망설였다. 줄서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필자의 습성 탓도 있지만, 기다리는 그 순간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른바 경제학의 기회비용의 문제였다. 결국 마스크 구매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필자가 약국을 방문한 이유는 마스크를 꼭 구매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또 구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약국을 찾은 사유는 공적마스크 판매 5부제의 허점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동 제도는 정부가 하루 600만장의 마스크를 5부제를 통해 약국·우체국·농협하나로마트 등 공적판매처서 판매토록 하는 제도로 주중에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주말에도 판매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정부가 일주일 내내 매일 600만장을 공급한다고 해도 이를 구입할 수 있는 인원은 2100만명에 불과하다. 1인 2매 구입 때문에 그렇다. 이는 이 나라 인구 5200만명 중 3100만명은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은 구입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마스크 착용이 가장 절실한 은행과 공공기관 등에서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런 사람들은 낮 동안에 장시간의 기다림을 마다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서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직장에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공적마스크를 구매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주로 집에 머물러 있는 내 아내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다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으로 개점휴업에 들어간 내 딸처럼 마스크 착용이 절실하지 않은 부류의 사람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기 수월하다.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정부의 공적마스크 5부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아울러 대한민국 정부는 노원구청을 타산지석이 아닌 스승으로 삼아 현명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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