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전히 도망치는 중

2019.11.26 09:17:24 호수 1246호

오휘명 / 프로작북스 / 1만3000원

“사람이 북적대는 곳은 왠지 부담스러워요.”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게 어려워요.” 
“저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사서 걱정하기도 해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 하며,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이, 내 기분보다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중요한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내성적인’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성향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성향은 바꾸고 고쳐야 할 질병과도 같은 문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런 인식으로 인해 내성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향성과 외향성이라는 성향의 문제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나는 매일 도망치는 사람입니다. 
‘내성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는 굉장히 자주, 어쩌면 매일 도망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과업으로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부터 매일 도망치는 중이라고 말한다.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의 작가는 자신과 닮은, 세상에 모든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도 된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한다. 
작가 자신도 스스로의 내성적인 면들을 부정하고 싶었고,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노력만으로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괴감에 더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스스로를 부정하고, 자신을 잘못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비하할 뿐이었다. 그런 자신에 대해 체념하고, 나라는 사람은 내성적인 사람이라며 나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난 뒤에야 오히려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내성적인 ‘나’를 인정하고, 힘들 때 도망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다. 버티고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도망친 후에 다시 그 문제에 직면했을 때 조금 더 편안해진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버티고 이겨내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힘들 때 도망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정답에 가까운 일이었다는 것을. 

앞으로도 나는 도망칠 계획입니다.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버티고 이겨내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외향적인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개복치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수온이 조금만 달라져도, 빛의 세기가 조금 달라져도 죽어버리는 개복치와 같이, 우리는 괴로움과 불편함을 참고 끝끝내 이겨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남들보다 조금 예민하고, 남들보다 겁이 많은 내성적인 우리는 어쩌면 힘들 때 도망치는 게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내성적인 성격에도 빛나는 장점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과 배려심이 있다. 사려 깊은 생각과 신중함이 있다. 애쓰지 않아도 바꾸지 않아도 내성적인 ‘우리’는 빛날 수 있다. 내성적인 성격은 결코 약점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도망칠 계획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