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기소가 먼저다

2019.10.21 10:25:07 호수 1241호

2011년에 일이다. 정치판과 완전히 거리를 두고 집필에 오로지 매진하던 필자에게 기초단체장이었던 지인의 아내가 방문했다. 그리고는 대뜸 1심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영어의 몸이 된 자신의 남편을 도와 달라고 요청해왔다. 



법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필자에게 도움이라니,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글로 지역 언론과 법원을 상대로 검찰의 전형적인 공권력 남용에 대해 가열하게 몰아세웠다.

필자가 무슨 근거로 그랬는지 동 사건의 검찰 측 기소 내용을 살펴본다. 

‘선거 기간 중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무소속 후보가 공개된 장소인 레스토랑서 중재인의 소개로 생면부지의 기획부동산업자 두 사람을 만나 거액을 받았다.’ 아울러 증거는 돈을 건넸다는 부동산업자의 진술이 전부였다. 

상기 요약 내용, 즉 검찰 측 기소 내용이 일반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나 당시 정치판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사람, 또 선거와 관련해 미미한 지식이라도 지니고 있던 사람이라면 검찰의 ‘오만의 극치’에 치를 떨었을 게다.

왜냐, 검찰 측 기소 내용은 현실서 발생할 수 없는 위험한 상상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검찰의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필자의 지인은 재판정이 아닌 정신병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실현 불가능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94년에 부정, 불법 선거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일명 통합선거법이 제정·공포되면서 선거운동은 기존까지의 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그 전까지는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이후로는 상대방, 특히 경쟁력이 강한 상대 후보를 밀착 감시하며 심지어 상대 후보의 동정에 대해 일일동향보고까지 작성하게 된다.

실례로 1996년에 실시된 15대 총선에 출마했던 탤런트 출신 이덕화 후보는 상대 진영서 오토바이 3대를 동원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하기에 선거 운동을 못하겠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다. 바로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 활동이다. 선관위 역시 선거 기간 중 출마자들에 대해 24시간 밀착감시 체제를 운용했다. 그야말로 선거기간 중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상대 후보 진영과 선관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그리고 상대 진영도 아닌 검찰이 기획부동산업자의 진술만으로 지인을 기소하고 선거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1심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고법과 대법서 동 사건은 기획부동산업자의 진술을 허위로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른다.

각설하고,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접대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언론사 기자와 관계자들을 형사 고소했고, 검찰은 이를 서부지검 형사 4부에 배당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왜냐, 형평성 때문에 그렇다. 필자가 상기에 언급한 건, 또 최근 필자가 인용했던 경기 지역 자치단체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제보자의 진술을 허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경우를 살펴보자.

두 건 공히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만 존재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검찰은 언론사 보도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하게 윤 총장을 먼저 기소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형평성에 부합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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