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최근 한 달새 어딜 가나 조 장관 이야기가 나왔다. 언론은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도배됐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조 장관은 해명과 반박으로 응대해왔다. 그 사이 조 장관 논란이 다른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급 10명에 대한 개각을 진행하면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여러 인물을 검증했던 조 장관이 검증 대상이 된 것이다.
블랙홀
조 장관의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청문회 준비과정서 쏟아진 각종 의혹이다. 특히 조 장관의 가족 관련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조 장관의 딸에 대한 의혹이 터지자 논란은 삽시간에 전국 단위로 퍼져나갔다. 대학 입학이나 장학금 혜택 등 입시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한 부분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는 조 장관 딸의 입학과정을 둘러싸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 조사도 시작됐다.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이 근무하고 있는 동양대, 서울대 의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조 장관(당시 후보자)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섰다. 시간제한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서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불과 한 달 새 조 장관과 관련된 기사가 수 만건 쏟아지는 등 논란은 사그라질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조 장관 이슈가 전국을 달구는 동안 다른 이슈가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조 장관과 같이 장관으로 지목된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8개 부처·위원회의 장을 새로 발탁하는 개각을 진행했다.
장관 임명 두고 한달 넘게 공방
다른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장관 후보자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장관 후보자에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장관 후보자에는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명됐다.
또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는 한상혁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각각 발탁됐다.
조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나머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부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명 직후부터 나오기도 했다. 조 장관에게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 같은 우려와 지적은 현실로 나타났다.
금융위 은 후보자와 농식품부 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여가부 이 후보자와 방통위 한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공정위 조 후보자와 과기부 최 후보자는 지난 2일 청문회를 마쳤다. 이 가운데 농식품부 김 후보자를 제외한 5명은 여야 합의 불발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과정인 이들 인사청문회는 조 장관 논란에 뒤덮여 조용하게 넘어갔다. 심지어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서도 조 장관의 논란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실제 과기부 최 후보자 청문회에선 조 장관 딸의 논문 저자 등재와 관련해 말이 나왔다.
조 장관의 딸이 단국대서 2주간 인턴생활을 한 뒤 의학논문 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에게 “고교생이 2주 만에 SCI급 논문에 저자로 등재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등의 관련 질의를 퍼부었다. 최 후보자는 “힘든 면은 있다. 쉽지는 않다”면서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하지만 내용을 다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정기국회 현안 첩첩산중
일본·북한 문제도 잠잠
문 대통령의 외교활동도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6일까지 5박6일간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세간의 관심은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나 성과보다 조 장관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기, 전자결재 임명 재가 가능성 등에 쏠렸다.
정기국회 일정도 앞날이 순탄치 않다. 지난 2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간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 장관을 두고 불거진 여야 갈등으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서 의결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513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꾸려질 내년 국가예산에 대한 논의 등 여러 사안이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도 조 장관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국회가 짊어져야 할 현안들과 책임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1건이 전부가 아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조 후보자 한 사람 때문에 전체를 망쳐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는 당장 513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에 대한 심사를 비롯해 선거법 개정안, 국정감사 그리고 산적한 민생입법 처리 등 가야할 길은 멀다”며 “아직 2018년 결산 심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정기국회를 맞게 된 것은 국회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 종료 등 대일본 관련 이슈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연일 메시지를 쏟아냈던 정치권서 조 장관 논란에 몰두하면서 경제 대책 등의 이슈는 자취를 감췄다.
언제까지?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미묘해진 미국과의 관계도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이슈였던 북한 문제도 역시 국민들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 대비해 경제 정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 논란에 밀려 사라진 경제 현안이 위기로 변해 사회를 덮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