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옥 후보자의 ‘어떤’ 사단법인 추적

2019.08.28 13:42:11 호수 1233호

기부금을 김밥천국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여성평화외교포럼이 단 한 차례도 기부금을 국외사업 등에 쓰지 않은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이 포럼은 기부금의 많은 비중을 식비로 사용해왔다. 이 후보자는 해당 포럼에 셀프 기부도 했다. 해당 포럼은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 단체로 주무관청은 외교부다. 사실상 친목단체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하다. 오는 30일,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서 이 부분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의 수상한 사단법인을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는 여성평화외교포럼(이하 포럼)의 공동대표다. 포럼은 지난 2012년 10월19일 법인을 설립해 그해 12월31일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지정기부금 단체란 기부금을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을 뜻한다. 지난해 12월31일 지정기부금 단체로 재지정된 포럼은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국외 사업 
전무해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1월16일 포럼의 이사로 취임한 후 현재까지 이사로 등재돼있다. 포럼 홈페이지엔 신낙균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함께 공동대표로 이름이 올라 있다.

포럼의 주무관청은 외교부다. 포럼은 ‘여성의 외교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홈페이지서 포럼은 사업 목적에 대해 “성 평등의 관점서 평화 구축활동을 확산시키고, 글로벌 시대 시민들의 공공외교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평화,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로운 삶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포럼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인간 존엄성’ ‘성 평등’ ‘평화’ ‘외교’ ‘안보’ 등이다. “여성, 청년 : 공공외교를 통해 남북 화해와 동북아 평화의 새 길을 내다”가 슬로건이다. 공공외교는 민간외교를 의미한다. 


법인등기를 보면, 포럼의 핵심 사업은 ‘분쟁 예방 및 평화구축을 위한 제반사업’ ‘공공외교 역량강화 및 확대를 위한 제반사업’ ‘국제교류 및 협력을 위한 제반사업’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보급과 이행을 위한 제반사업’ 등이다. 사실상 국외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국외 사업 사용 0원
사용처가 식당·카페?

그러나 <일요시사>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 공동 취재 결과, 해당 포럼은 이 후보자가 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단 한 차례도 기부금을 국외 사업에 사용하지 않았다. 관할 국세청에 문의한 결과, 수혜자나 지급처가 해외면 국외 사업에 해당한다. 포럼은 받은 기부금 전체를 국내 사업에만 사용했다. 

이는 외교부를 주무관청으로 둔 다른 지정기부금 단체와 비교된다. 지정 기간이 2018년 1월1일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인 지정기부금 단체 49곳(기부금이 없거나,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은 곳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국외 사업에 기부금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단체는 이 포럼을 포함해 10곳에 불과했다.
 

▲ 비영리사단법인 관련 법령엔 독립된 사무실을 쓰도록 하고 있다.

그마저도 탈북자 지원 단체, 한국 입양인 지원 단체 등 사실상 국내활동에 초점을 둔 단체를 제외하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포럼과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단체가 있다. 지정기부금 단체인 ‘아시아위민브릿지두런두런’(이하 두런두런)은 그 단체명처럼 아시아 여성의 국제적 교류를 지원하는 단체다. 포럼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사하다. 지정기부금 단체로 선정된 시기도 2012년 10월로 같다. 두런두런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국외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하고 있다.

기부금 받아
어떻게 썼나?

포럼은 국내 사업을 하면서 많은 기부금을 식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서는 매월 지출금과 대표 지급처명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 지급처명은 그 달에 기부금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의 이름이다.

포럼은 2016년 3월 김밥천국, 5월 파리바게트, 6월 수도시락, 9월 포럼 사무실 바로 옆에 위치한 오리숯불구이 한마음, 10월 국회 직원식당, 11월 김밥천국, 12월 수도시락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썼다.

2017년에는 7월과 10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가장 많은 액수의 기부금을 지불했다. 2018년에는 6월 투썸플레이스, 9월 파스쿠찌, 10월 연서면옥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2014년과 2015년 명세서엔 대표 지급처명이 나와 있지 않아 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후보자가 포럼에 셀프 기부했던 사실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지난 2015년부터 이 후보자는 매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포럼에 기부하고 있다. 2015년에는 150만원, 2016년 110만원, 2017년 106만원, 2018년 145만원을 기부했다. 

셀프 기부도…공제 노렸나
이 후보 측 “잘 모르겠다”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은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우 1000만원 이하는 1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0만원이 초과하게 되면 3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10% 한도로 비용처리할 수 있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포럼 측에 전화했지만 “지금 거신 번호는 당분간 통화하실 수 없습니다”는 안내멘트만 나왔다. 수신을 정지시킨 것이다.

포럼 사무실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건물 5층에 있다. <일요시사>가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5층에는 포럼을 비롯해 5개의 업체가 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비영리 사단법인에 대한 법령을 보면, 주무관청은 허가 시 법인이 독립된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 이정옥 후보자가 공동대표로 올라가 있다. ⓒ여성평화외교포럼

야권에선 포럼이 정치적 목적을 띤 친목단체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소식지를 보면, 포럼은 매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왔는데 지난 2015년에는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간담회를 가졌다. 2018년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당시 국방부장관, 정현백 당시 여성가족부장관 등을 만났다. 2018년은 포럼이 지정기부금 단체로 재지정된 해다.

김현아 의원실 측 관계자는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 정치단체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묵묵부답
수신도 정지


이 후보자 측은 28일 <일요시사>를 통해 “전화가 안 되는 것은 간사가 해외에 있어 (수신을)그렇게 해놨다. 자세한 것은 후보자도 잘 모른다. ‘간사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셀프 기부와 관련해서는 연간 100만원 내외로 기부했는데, 그것이 세액공제가 되는지 안 되는지조차도 후보자는 모른다. 사업과 관련해서도 대표다 보니 잘 모른다. 실무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간사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 파악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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