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자영업 위기, 최저임금 탓인가

2019.07.29 09:56:34 호수 1229호

지난 1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했다. 이의제기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전례가 없어, 내년도 최저임금은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2년에 비해 극히 낮을 뿐 아니라,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과 견주어봐도 최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갈리고 있다. 한국노총에선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이의제기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서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30% 올라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상반된 의견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일견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한 것은 소규모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135만원가량이었던 월 기준 최저임금은 내년이면 180만원에 육박한다. 사회보험료와 퇴직금을 더하면 종업원 1인당 추가 부담액은 매월 50만원 이상이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에 미치는 영향이 과대평가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더 큰 구조적 요인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정 주체가 명확하고 체감도가 높은 최저임금 인상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몇 년간 요식업종에 큰 타격을 준 요인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들 수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와 관련 업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조5000억원이었던 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지난해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가정간편식 1인분 가격을 5000원으로 가정한다면, 무려 5억명분의 식사가 가정간편식으로 옮겨온 것이다.

가정간편식이 ‘집밥’이 아닌 외식수요만을 잠식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수조원의 요식업 매출이 사라졌을 것이다.

온라인 판매는 기존 도소매업을 위협하지만 전통적인 도소매업자들이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면 새로운 고객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는 경쟁과 보완의 양면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해외직구’ 규모가 커지면서 보완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16억3500만달러였던 해외직구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30억달러로 증가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2년 사이에 1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해외직구는 중량과 부피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던 고정관념을 깨고 대형 텔레비전이나 침대 매트리스까지도 개인이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 유통업자들은 가격 경쟁력 부족과 언어장벽으로 인해 해외직구방식을 통한 수출이 어렵다. 한국기업이 생산한 가전제품이 미국 등지서 역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가정간편식과 해외직구 두 분야서만 4조원의 매출이 늘어났다. 이 중 대부분은 자영업자나 소규모 유통업자들의 매출을 잠식한 것이다. 단기간에 일어난 급격한 시장변화가 높은 자영업 비율 같은 장기간 고착화된 문제와 더불어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근로장려세제 개편, 사회안전망 확충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다른 경영압박 요인도 두루 살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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