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 그 사이

2019.06.28 16:34:18 호수 1225호

김해찬 / 필름(Feelm) / 1만4400원

언제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 김해찬, 미성숙했던 과거를 지나 무르익은 감성으로 돌아오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거친다. 우리는 연인, 가족, 친구 등 다양한 ‘누군가’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을 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랑 사이에서 열심히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일찌감치 줄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억지로 당기기만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유약한 존재이다. 이로 인해 상처를 쉽게 받고 무한히 덧나지만, 다정한 말 한마디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건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같은 순간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라 말한다. 함께 웃는 것보다 함께 우는 게 더 힘들다고 말이다. 어쩌면 사랑의 정의는 김해찬 작가 그 자체이지 않을까. 따뜻한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향긋한 그대의 냄새에 취해보고 싶은 간질이는 마음,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지하철 소리에 자신의 심장 소리가 묻히길 기도하면서 머릿속에서 수백번 고백을 되뇌이는 순간의 간절한 마음 등. 
글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직접 경험하지도 느껴보지도 못한 사랑인데, 상상의 무리가 자꾸만 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거부할 힘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다시 사랑에 흠뻑 빠질 수 있기를.” 
<사람과 사랑 그 사이>를 읽다 보면 사랑에 한없이 매료돼 휘청거리고 싶어진다. 언제나 풋풋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랑은 어느 순간 애틋하고 그리운 감정으로 가슴을 적신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반드시 ‘이별’이 함께 따라온다.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별의 순간에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이 나를 저버린 것만 같은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허우적거림이 헛된 것이 아님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마치 떫고 신 과일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르익어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우리는 다시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차가운 비바람과 뜨거운 햇빛을 견뎌야 한다. 
작가 역시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점차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약하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상처를 입으면 도망쳐버린다. 숨어버리면 내 감정도 잠시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찾을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바다에 잠겨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게 물건이든 감정이든. 작가는 상처받은 감정을 붙들고 다시 관계 속으로 뛰어들어 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글로 풀어낸다. 자신이 표현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치 보드라운 털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듯한 글은 다시금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라 다짐한 나를 끌어낸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품을 빌려주며 말한다. “함께 이겨내고 해결하자. 사랑으로 그렇게. 찬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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