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2019.06.18 09:28:37 호수 1223호

김혜남, 박종석 / 포르체 / 1만5000원

책 속에는 직장에 지각하게 된 어느 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저런 자학에 빠져 마침내 자살충동에까지 이르는 한 완벽주의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설마!’ 하지만 비단 이 여성의 이야기일 뿐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요동치는 마음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마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을 때 말이다.
뭘 해도 다 짜증이 나고, 모든 게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끝없는 심연에 빠진 듯 무기력해지고, 억지로 몸과 마음을 추슬러보려 해도 점점 더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 
이런 기분을 누군가는 번아웃이라 하고, 누군가는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조울증이나 우울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딱 떨어진 병명을 붙이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 더욱이 하룻밤 자고 나면 무섭게 변해가는 세상과 무수한 정보와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의 불안은 더욱 깊어만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도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이렇게 현대를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마음의 고통과 아픔의 원인을 찾아 우리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저자가 진료실에서 직접 마주한 생생한 상담사례와 함께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저자들이 전하는 치유의 심리학은 독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다독이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두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는 내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숨이 가득한 하루,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날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깊은 숨이 되어주는 책이다. 아프고 불안해하느라 주어진 작은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당신, 혹은 당신 곁의 그 누군가에게 일어나 삶을 다시 눈부시게 시작하라고 내미는 위로와 치유의 손처럼 말이다. 
자기 안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숨기고 억압한다. 감정을 건강하게 분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눌러 참다 보면 막힌 댐이 터지듯 예기치 못한 순간 폭발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김혜남 작가는 ‘나쁜 감정은 없다’고 말하며, 모든 감정은 마음이 주는 신호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인정해야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묻어두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의 저편에 숨어 처리되지 못한 감정의 잔재들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눈이 부시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면에 숨어있는 우울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인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울과 건강하게 이별할 수도 있다. 김혜남은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생동감이라고 말한다. 살아서 움직이고, 아주 조금씩 매일 변하는 것이야말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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