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 살인사건 후일담

2019.04.15 10:40:10 호수 1214호

환자가 주치의를 흉기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환자가 의사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병원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충격을 더한다. 환자는 왜 의사를 살해했을까.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병동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환자였던 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오후 5시44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서 박씨는 임 교수에게 진료상담을 받았다. 이때 박씨는 흉기를 임 교수에게 휘둘렀다. 임 교수가 도망치듯 상담실서 나왔다. 박씨는 계속 뒤쫓아 나가 3층 진료 접수실 근처 복도서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렸다.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상태서 응급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지만, 오후 7시30분 끝내 숨졌다.

계획 범죄?

경찰은 임 교수가 자신의 진료실 옆 다른 진료실로 이어지는 문으로 들어간 뒤 복도로 빠져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임 교수는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가라고 말하며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임 교수는 간호사가 안전하게 대피했는지 확인했다.

이때 박씨가 가까이 오자 도망갔다. CCTV에는 임 교수가 간호사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기 위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건 이틀 뒤 구속된 박씨는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해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며 “폭탄을 제거해달라고 했는데 경비를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박씨는 동네 마트서 흉기를 구입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임 교수와 면담한 시간이 3~4분 가량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계획적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동기에 대해 “과거 정신과 진료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이 범행의 촉발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씨는 평소에도 계속해서 폭탄 이야기를 하고, 범행 직전에도 임 교수에게 그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망상에 의해 우발적 범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임 교수가 범행 대상이 된 것은 과거 박씨가 강북삼성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을 때 주치의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박씨는 2015년 9월 여동생의 신고로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가족 동의하에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당시 박씨의 주치의는 임 교수였다. 박씨는 자신의 담당의사가 임 교수였다는 걸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 고 임세원 교수 장례식장 ⓒ사진공동취재단

경찰은 “박씨 본인이 강제입원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그렇게 (임 교수에게 불만이 있어서 범행했다고) 추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법정서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모친 증인으로 참석해 선처 호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 박씨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그의 모친 최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최씨는 법정서 유가족에게 몸이 아파 출석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죄했다. 아들이 큰 죄를 저질렀는지 인식을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아들의 치료를 희망했다. 

최씨는 박씨가 5살까지 말을 제대로 못했던 점, 자폐증상이 있었던 점 등을 진술했다.


그는 “외도로 이혼한 전 남편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걸 (아들인 박씨가)그대로 봤다”며 “(박씨가)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아이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박씨가 군제대 후 최씨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견디지 못해 따로 살라고 얻어준 원룸에선 옆집 거주자가 벽을 뚫고 나온다는 환청·환시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박씨는 강북 삼성병원에 강제 입원 했지만 약을 모두 버리는 등 효과가 없었다고도 했다.
 

▲ 임세원 교수 살해 피의자 박모씨

사건 당일 박씨는 최씨에게 병원에 간다는 걸 미리 알리지 않았다. 사건 직후 경찰에서 면회를 가자 아들이 “대한민국서 이번 일을 시켰다”고 주장하며 최씨의 면회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재판 불출석을 대비해 2차 공판기일을 다음달 1일로 연기했다. 2차 공판 기일에서는 박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 등 재판 마무리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건 직후 ‘강북 삼성병원 의료진 사망사건에 관련한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의료진 안전보장 대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약 3만6000명이 참여했다. 의료계는 병원난동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 결실을 맺어 ‘임세원법’이 5일 국회를 통과했다.

‘임세원법’ 통과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도 앞으로 폭행비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 의원은 비상벨, 비상문, 보안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의료기관 폭행 발생률을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폭행 위험’ 대학·정신병원

대형병원과 정신과는 10곳 중 4곳에서 진료환경을 위협하는 사건을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안전한 진료환경 관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료 기관 내 폭행 등 사건 발생비율은 병원 11.8%, 의원 1.8%였다.


사건은 규모가 크고 정신과가 있는 기관서 더 많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률은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서 39.0%, 정신과가 설치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37.7%로 높아졌다. 사건 유형을 살펴보면 일반상태, 진료방해 사건이 주로 발생했고 의원에서는 폭언이 가장 높을 비율을 차지했다.

발생한 원인을 보면 ‘환자나 보호자의 음주’(45.8%),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20.3%),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5.7%)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의 67%는 의사와 간호사였고 응급실이나 정신과서 근무하는 경우 사건 경험비율이 높았다. 병원 기준으로 사건 경험률은 응급의학과 62.1%, 정신건강의학과 8.4%, 내과 6.1%, 정형외과 4.2% 순이었다. 가해자의 90.1%는 환자이거나 환자 보호자였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폭행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은 미흡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안전한 진료환경은 의료인의 안전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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